영화 `얄개' 시리즈로 70년대 하이틴영화 붐을 일으켰던 석래명(石來明) 감독이 20일 오후 1시 지병인 간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64세.
경복고와 고려대 법과대를 졸업한 고인은 50년대 조흔파의 명랑소설 <얄개전>을 각색한 이승현ㆍ강주희 주연의 <고교얄개>를 76년에 발표해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25만8천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어 77년 <고교 거꾸리군 장다리군>, <얄개 행진곡>, <여고얄개> 등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이승현ㆍ김정훈ㆍ강주희ㆍ김보연ㆍ진유영 등을 청춘스타로 만들었다. 당시 석감독은 김응천ㆍ문여송과 함께 70년대 하이틴영화의 트로이카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고인은 최훈 감독 아래서 조감독 생활을 하다가 71년 신영균ㆍ문희 주연의 멜로영화 <미워도 안녕>으로 데뷔했다. 얄개 시리즈 이후에도 <가을비 우산속>, <아스팔트 위의 돈키호테> 등을 연출했으며 92년 배우 진유영에게 메가폰을 맡겨 <도둑과 시인>을 제작했다.
고인과 함께 활동한 정회철 감독은 "영화 제작 실패로 막대한 빚을 져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건강을 상했다"면서 "간경화와 간암으로 10여년간 투병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고인은 재기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으나 끝내 기회를 잃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고인이 안치된 서울 중구 필동 중대부속병원 영안실에는 임권택 감독, 변장호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 등 원로 감독들이 문상을 다녀갔다. 유족으로는 미망인 양정희 여사와 장남 인기(개인사업)씨 등 1남 4녀가 있다. 발인은 22일 오전 6시 30분, 장지는 경기도 벽제 서울시립승화원. ☎(02)2273-4899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