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극장가 최고의 화제는 <살인의 추억>의 관객몰이가 어디까지 계속될 것이냐이다. 개봉 뒤 지난 20일까지 26일 동안 355만명(CJ엔터테인먼트 집계)이 들었고, 여전히 관객이 줄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 영화의 흥행 행진에 최대 변수인 <매트릭스 2 리로디드>가 23일 개봉한다. <매트릭스2>는 맥스무비의 예매율 집계에서 94.6%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보이며, 이번 주말부터 당분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킬 것을 예고하고 있다.
주목할 건, 다른 굵직한 영화들이 모두 <매트릭스2>를 피해 가느라 이 영화 외에 <살인의 추억>의 다른 경쟁작이 없다는 점이다. 23~25일 주말 예매순위도 <살인의 추억>이 2위이다. <살인…>은 2위 자리를 확실하게 차지하고서 꾸준히 관객몰이를 해나갈 전망이다.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는 <살인…>이 서울관객 12만명(이하 CJ엔터테인먼트 집계)을 넘기면서 막 개봉한 <와일드 카드>(6만8천명)를 두배 가까이로 따돌렸다. <엑스맨 2> <내쇼날 시큐리티>가 그 뒤를 이었다. 개봉 1주일만에 막을 내렸다가, 하이퍼텍 나다 극장에서 하루 1회씩 상영을 해온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이 지난주말부터 엠파크와 중앙극장으로 개봉관을 확대한 건 반가운 일이다. 그래도 상영관이 적어 박스오피스에는 명함을 못 내밀지만, 높은 객석점유율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주말에 새로 개봉하는 영화는 <매트릭스 2> 외에 <파 프롬 헤븐>과 <배터 댄 섹스> <벨벳 골드마인>에서 현란하고 감각적인 영상을 선보였던 토드 헤인즈 감독은 <파 프롬 헤븐>에서 전작과 대조적으로 50년대 미국 멜로드라마의 고전적인 영상을 의도적으로 빌어왔다. 그 고전적 분위기에 유색인종과 동성애에 대한 당시 미국사회의 차별과 편견의 공기를 담아내는 독특한 품격의 영화다. 임범 기자 is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