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2편이 개봉된 화제의 영화 <매트릭스>가 살인을 조장하고 있다는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워싱턴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오는 23일 개봉될 <매트릭스2-리로디드>는 북미지역 배급 첫 주말, 9천32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기계인간들에 대한 인류의 대반격을 그린 이 영화는 지난 1999년 1편이 나왔을 때에도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켰었다.
문제는 현실과 가상을 교묘히 섞어놓은 탓에 일부 광적인 영화팬들이 현실과 영화를 혼동하고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 가디언지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한 청년(19)이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키애누 리브스분)의 검은색 가죽코트 복장을 하고 영화 소품과 비슷한 총으로 부모를 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의 변호인은 살인을 저지른 청년이 "매트릭스에 너무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로버트 호란 검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지만 살인은 저지르지 않았다"면서 이 청년이 정신과 의사의 검사를 받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이 사건에 이어 지난주 오하이오주에서도 한 여성(37)이 집주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검찰은 "영화가 피고의 인식을 왜곡시켜 일부 역할을 했다"고 인정했으며 이 여성은 정신착란을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00년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매트릭스에 영향을 받은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범인은 경찰심문에서 "영화에 너무 깊이 빠져들었다"는 진술을 했다. 가디언은 지난해 워싱턴 일대를 공포에 떨게한 연쇄 저격 살인범 리 말보(18)도 교도소에서 "너 자신을 매트릭스에서 구출하라”는 메모를 적기도 했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매트릭스 제작자 조엘 실버는 19일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영화와 범죄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영화는 가상일뿐이라는 점을 팬들에게 환기시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