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편 영화가 경쟁부문에 단 1편도 초청받지 못한 올해 칸영화제에서, 빡빡한 인터뷰와 면담 일정을 보내고 자신의 작품까지 특별상영한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단연 주목을 끌었다. 16일과 17일 비평가주간이 열린 미라마 극장에서 2차례 특별상영된 <오아시스>는 현지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런 환대는 이미 베니스 영화제와 파리의 시네마테크 특별상영 등을 거친 탓에 객석의 많은 사람들이 평론가나 기자보다는 일반인이었기에 특별했다. <오아시스>는 국제비평가협회가 주최하는 이 섹션에 ‘올해의 영화’로 초청됐다. 작품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 뜨겁다. 이 영화를 수입해 일본과 프랑스에서 가을쯤 개봉할 예정인 ‘시네콰논’과 ‘레 그랑 필름 클라식’은 칸 현지에서 이 장관과 작품에 관한 인터뷰를 했다. 또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그리스 등에도 영화판매가 확정됐다.
이 장관은 17일에도 ‘복원 필름섹션’에 초청된 신상옥 감독의 <상록수> 상영에 참석해 신 감독을 직접 소개하고, 질 자콥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 및 프랑스 CNC위원장과 면담한 뒤 ‘한국영화의 밤’ 행사에 참석하는 등 강행군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질 자콥 위원장에게 “내년에는 한국 장편 2편 정도는 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영화외교’를 벌이기도 했다고. 행사장에서 만난 이 장관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서비스부문 양허안 제출을 반대하는, ‘문화다양성을 위한 세계문화부장관 회의’에 곧 한국도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영화 시장 독점 문제에 민감한 언론들도, 스크린쿼터에 관한 이 장관의 인터뷰를 잇달아 내보내고 있다. 주간지 <텔레라마>의 기사에선 이 장관을 ‘무슈 쿼터’라 이름붙였으며, <할리우드 리포터>의 데일리 뉴스도 이 장관의 인터뷰를 실으며 “앞으로도 스크린쿼터엔 변함없을 것”이라는 그의 말을 전했다. “지난 5년간 한국에서 한국영화 관객이 두배로 늘면서 미국영화의 관객도 두배로 는 셈이다. 모두가 행복한 거 아닌가. 그런데 우리가 이 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겠는가” 칸/김영희 기자, 사진 정진환 <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