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복제 방지할 수 있지만, 인지도 낮은 작품은 흥행에 영향받을 수도 있어
5월1일 58개국에서 동시에 개봉한 <엑스맨2>가 경쟁 영화사들에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졌다. <엑스맨2> 이전까지 할리우드는 미국 개봉날짜와 3주 정도 간격을 두고 해외 개봉을 추진했지만, <엑스맨2>는 이런 전술을 무시하고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대규모 동시개봉이 가지는 장점은 세 가지.
불법 복제물이 퍼지기 전에 개봉할 수 있고,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으며, 최소한 첫주엔 흥행돌풍을 몰고온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 유니버설 부사장 마크 시머거는 “해외 시장은 국내와 다르다. 휴일과 경쟁작 등을 고려해서 개봉일을 정해야 한다“고 전통을 옹호했다. 그러나 유니버설의 기대작 <헐크>는 불법 DVD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미국과 동시에 개봉할 예정이다.
<엑스맨2>와 같은 전술이 불리한 영화도 있다. 전 유니버설 사장이자 프리랜서 배급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나디아 브론슨은 “흥행에 성공했던 블록버스터의 속편이 아니라면 전세계 동시개봉은 실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해외 시장은 마케팅 효과가 늦게 미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인지도가 미국 시장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어영화를 자국어로 더빙해서 개봉하는 국가는 개봉 간격이 더욱 길어지게 된다.
<매트릭스2 리로디드>가 경쟁사인 폭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을 모방해 일부 국가에서 동시개봉을 추진한 것도 1편의 팬들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리로디드>는 캐나다와 호주 등 든든한 팬덤이 형성된 국가에서는 미국과 같은 주에 개봉할 예정이다. 그러나 워너브러더스의 해외 배급담당 베로니카 콴-루비넥은 “<…리로디드>는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영화다. 우리는 이 영화가 좋은 환경에서 개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때 6개월 정도 벌어졌던 미국과 타국 개봉날짜 간격은 날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정보공유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엑스맨2> <…리로디드>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등은 그 속도를 체감해 동시개봉 전략을 취했지만, 동시에 가속도가 붙도록 기여하고 있기도 하다. <엑스맨2>는 세상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진리를 할리우드에 설파했다.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