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일병이 된 아들(이원봉)이 잠시 부대 밖으로 나온다. 어머니(변신호)가 아들을 멀리서 만나러 왔기 때문.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모자는 어색한 분위기를 감출 수 없다. 어머니는 아들의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발견하지만 아들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잡아뗀다. 이들은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고 한가롭게 하루를 보내게 된다. 다시 이별의 시간이 찾아온다. 어머니는 아들과 떨어져 있게 되는 것이다. 과연, 이별의 순간에 모자는 이전까지의 어색함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까.
■ Review‘어머니’의 존재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훈련소에서 첫 면회를 하던 기억을 잊기 힘들 것이다. 멀리서 찾아온 가족, 그중에서 어머니의 모습은 군대 생활을 마친 뒤에도 또렷하게 머릿속에 각인되게 마련이다. <엄마, 아름다운 오월>에서 우리는 한 어머니와 아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그리 살가워 보이거나 자연스러운 것 같지는 않다. 군대에 있는 아들은 멀리서 찾아온 어머니와 있으면서도 귓가에 이어폰을 끼고 산다. 그러니 “밥먹어”라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영화 속 어머니와 아들은 그리 짧지 않은 동안 변함없이, 이렇듯 생활했을 것이란 짐작이 든다.
<엄마, 아름다운 오월>은 최근 한국영화의 주요한 키워드를 상기시킨다. 일상적 시간의 기록이라는 것. 작은 에피소드를 쌓아올리면서 영화는 군대에서 변화를 겪는 아들, 그리고 그를 지켜보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사실 아들은 어머니의 방문에 대해 별다른 감상이 없는 듯하다. 오히려 옆방에 묵고 있는 어느 여성에게, 그녀의 행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젊은 여성에게 무심결에 눈길이 가는 것. 영화는 통 여행이라곤 경험이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어머니, 그리고 아들이 어떻게 특정한 시간을 공유하는지 보여준다. 그들에게 어느 한가로운 바닷가는 지독하게도 낯선 곳으로 다가온다. <엄마, 아름다운 오월>은 너무나 진부한 것처럼 보이는 일상적 시간의 세밀한 기록을 통해 영화 디테일에 세심한 태도를 견지해간다. 그 디테일이 너무나 세밀한 부분까지 파고들고 있어 때로 시각적인 일관성이 흐트러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여지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영화는 우리가 누구나 겪어봤음직한 기억을 환기하는 점에서 꽤 재미있고 재치있다.
서원태 감독은 이전까지 <청년>과 <출근> 등의 단편을 연출했다. <엄마, 아름다운 오월>이 35mm영화로선 그에게 첫 작품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다는 인상이 짙다. <엄마, 아름다운 오월>은 중앙시네마 단편영화 상영회 1주년 기념작으로 상영되는 것. 5월과 가족의 관계를 생각해본다면 시기적절한 프로그래밍이라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