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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충무로 파워 50 - [5] 41위~50위
이영진 2003-05-02

41.

봉준호 | 감독/NEW

“파워 500이 아닌가요? 아니면 집계 착오던가.” 파워 50에 들었다는 말을 전해들은 봉준호 감독의 첫 반응은 의외란 것이었다. 이제 2번째 영화를 만들었고, 그나마 아직 흥행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시점인데도 그에게 표가 쏠린 것은 분명 <살인의 추억>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웰메이드 영화이면서도 흥행성을 갖춘 이 영화의 성공 여부가 향후 한국영화의 진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 틀림없기에, 그와 이해관계가 거의 없는 충무로 관계자들도 흔쾌히 그를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 지나온 1년 |

2년8개월 동안 준비해서 두 번째 영화를 찍었다. 그리고 틈틈이 세 번째 영화 준비를 했다.

★ 앞으로 1년 |

세 번째 영화를 준비한다. 개봉과 함께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간다. 밝고 통쾌한 영화를 찍고 싶다. 장르? ‘SF의 탈을 쓴 리얼리즘영화’라고 하겠다. 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빨리 잡혔으면 좋겠다.

42.

전지현 | 배우

지난 한해 특별한 활동을 벌이지 않았고 신작 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도 전지현의 순위가 한 단계 상승한 것은 그녀의 잠재력에 대한 충무로의 믿음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충무로 제작자들이 그녀를 ‘여자배우 캐스팅 1순위’로 꼽는 것도 단지 <엽기적인 그녀>의 흥행 때문만은 아니리라. 여기엔 “한국영화를 통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본인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톱스타로 성장해달라는 바람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 지나온 1년 |

영화일은 <엽기적인 그녀> 해외 프로모션 정도였다. 은 연이라는 캐릭터가 신비롭고, 스스로에 갇혀 있는 느낌을 떨쳐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 앞으로 1년 |

일단 을 잘 개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곤 영화를 하고 싶을 뿐 특별히 바라는 게 없다.

43.

이효승 | 필름지 대표/NEW

2000년에 필름지를 만들어 <자카르타>를 제작했고, 이어 윤제균 감독과 손잡고 <두사부일체> <색즉시공>을 내놨다. 3타석 연속홈런을 쳤고 태흥영화사 전무로도 일하고 있으니(그는 이태원 사장의 아들이기도 하다) 첫 진입이 무색해 보이진 않는데, 본인은 “단순하게 1년에 한편 만드는 사람인데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 감독과는 서로 배신하지 않는 한 계속 작품을 같이 만들기로 약속한 터여서 올해에는 <낭만자객>에 참여한다. ‘1년에 1편’ 원칙은 당분간 계속 지켜나갈 계획.

★ 지나온 1년 |

운이 좋았다. <색즉시공>의 성공은 전적으로 윤제균 감독과 임창정씨의 몫이었다.

★ 앞으로 1년 |

외화수입을 시작했다. 올 10월 멕 라이언이 처음으로 옷을 벗는 에로틱스릴러 <인 더 컷>을 개봉하는데, 그에 앞서 부산국제영화제에 멕 라이언과 제인 캠피온 감독이 오기로 했다.

44.

장동건 | 배우

장동건에 대한 업계의 선호도는 최근 몇년 사이 부쩍 높아졌다. <친구>로 꽃미남이나 청춘스타가 아닌 ‘배우’임을 인증받았고,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가 싶을 때 기존의 반의반에도 못 미치는 개런티로 <해안선>에 출연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해안선>에의 도전이 결과적으로 큰 호응을 얻지 못한 탓에 지난해 27위에서 다소 하락했지만, 영화제작에 대한 공동의 책임 의식, 작품에 따라 개런티를 조정하는 융통성, 연기 폭을 넓히려는 부단한 노력 등으로 여전히 따뜻한 호감을 사고 있다.

★ 지나온 1년 |

평소 좋아했지만, 왠지 맞지 않을 것 같았던 김기덕 감독과 <해안선>을 함께했다.

★ 앞으로 1년 |

내년 설 개봉 목표인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에 전념할 예정.

45.

김형준 | 한맥영화 대표·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NEW

<동감> 이후 한동안 암중모색하다 지난해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상황에 처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천년호> <실미도> 등 품고 있던 3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꾸리게 된 것. 첫선을 보인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제작자로서 바쁜 1년은 그를 순위권에 진입시켜놓았다. 최근 제협 회장을 맡게 된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종윤, 이승재, 김미희 등 젊은 제작자들을 중심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 한국영화 부율 조정, 합리적 제작비 산출 등 현안에 개입, 한동안 침체상태에 빠졌던 제협을 되살린다는 복안을 세워놓았다. 삼촌인 김찬두씨로부터 현진영화사를 물려받아 수입·배급업으로 영화일을 시작해온 그는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어서인지 추진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

★ 지나온 1년 |

<천년호> 찍으면서 한국과 중국을 수도 없이 오가느라 후딱 지나갔다.

★ 앞으로 1년 |

<천년호> 추석에 개봉하고, <실미도> 촬영을 진행하고, 거기다 <양주갑> 등의 프로젝트를 굴릴 것이다.

46.

석동준 | CJ엔터테인먼트 한국영화팀 팀장/NEW

“13년 사회생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다.” 석동준 팀장은 지난해 CJ 투자·배급작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던 순간을 이렇게 회고한다. 그러나 묘하게도 그렇게 어려웠던 지난해를 보낸 결과, 그는 올해 처음 50위 안에 진입했다. 90년 제일제당에 입사해 95년 제이콤에 파견근무를 하면서 영화 일을 시작한 그는 98년부터 CJ의 한국영화 제작, 투자 담당자로 일했다. 그는 이 일의 매력 중 하나로 승부가 명확히 갈린다는 점을 꼽는다. <복수는 나의 것>이 저조한 성적을 거뒀을 때와 <동갑내기 과외하기>가 대박 신호를 보냈을 때의 차이가 그것이다.

★ 지나온 1년 |

지난해 성적은 13전10패2무1승. 최근 제일제당 건물 외부에 제작사무실을 얻자 일부에서 CJ에서 독립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으나 이는 CJ가 자체 프로덕션을 운영하기 위해 마련한 사무실일 뿐이라고. 1주일에 2번은 이곳으로 출근한다.

★ 앞으로 1년 |

씨를 많이 뿌려놨기에 올 하반기부터는 결실을 거둬들일 것으로 기대한다. 자체 프로덕션으로 만드는 <위대한 유산>, 윤제균 감독의 <낭만자객>, 정흥순 감독의 <조폭 마누라2> 등 상업성 높은 프로젝트가 대기 중이다.

47.

심광현 |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

현 정부의 문화정책을 입안하고 있는 핵심 브레인 중 한명. “문화행정의 틀을 새로이 짜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꾸려진 문화행정혁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설정했던 문화정책들을 보완하고 구체화하는 것”이 그의 몫. 지난해 선거를 앞두고 문화개혁시민연대, 영화인회의 등의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새 정부의 문화정책 100대 과제 선정 등의 작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해온 그는 몇 안 되는 ‘실천력 왕성한 문화이론가’로 손꼽힌다. 각종 시민단체들의 정책 개발에 머리를 빌려주고 있는 상황에서도 현재 영상원에서 영상연구방법론, 영상매체론 등의 강의를 해야 하느라 하루하루 시간을 쪼개서 쓰고 있다고.

★ 지나온 1년 |

영상문화운동의 일환으로 미디어센터 건립과 활성화 방안 마련에 주력했다.

★ 앞으로 1년 |

영화운동을 문화영역, 사회영역으로 넓혀나가기 위한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그간 미뤄뒀던 영상문화 교육의 특수성과 관련한 책도 펴낼 계획.

48.

이병헌 | 배우/NEW

SBS 드라마 <올인>의 여진이 여전히 그를 감싸고 있다. 그의 첫 진입은 아무래도 <중독> 때문이라기보다 <올인>의 인기 덕택이 아닐까. 또 드림웍스는 여름에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신밧드>의 주인공 목소리(미국에선 브래드 피트가 맡았다)에 그를 섭외하려고 한다. 마침 그는 할리우드 에이전트와 모종의 협의를 진행해왔다. 어찌됐든 올해 중 한국영화부터 찍을 요량으로 작품을 고르고 있다. 흥행성보다는 작품성이 우선 순위라고.

★ 지나온 1년 |

<중독>의 레이서에 이어 제주도와 서울을 오가며 드라마 찍느라 계속 달리고 또 달리면서.

★ 앞으로 1년 |

일단 5월 한달을 쉬면서 찬찬히….

49.

곽경택 | 감독

<친구>의 성공신화에 이어 2002년 최대의 흥행기대작으로 관심을 끌었던 <챔피언>의 성적이 저조했다. 이후 <친구>로 맺어진 배우 유오성과의 불화가 법적 공방으로까지 이어져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여러모로 시련이 많았던 시기를 뚫고 올해 초 정우성 주연의 <똥개>가 크랭크인했고 현재 촬영 중이다.

★ 지나온 1년 |

배신당하고, 헐뜯기면서 사람이 만신창이가 되돠었다. 그런 와중에도 작품을 놓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친구> 때 기뻐해줬던 많은 사람들을 걱정하게 하고 슬프게 만들었다. 자존심에 상처를 많이 입었다.

★ 앞으로 1년 |

<똥개>가 성공해야 진인사필름이 산다. 회사의 존폐가 달린 영화다보니 비장하게 찍고 있다. 6월 초에 <똥개> 촬영이 끝나면 8월쯤 개봉하고 마무리 짓고 나면 중간에 쉴틈없이 다음 작품을 준비할 거다. 작품 욕심은 여전히 넘쳐난다.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태풍>이라는 바다 이야기가 다음 작품이 될 것 같다. 지난 한해 상처입은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

50.

김기덕 | 영화감독

지난해 <나쁜 남자>의 성공과 <해안선>의 실패가 선명한 대조를 이뤘던 김기덕 감독은 관객이나 평론가가 뒤쫓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로 영화를 찍는다. 지난해 5월 촬영에 들어간 9번째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벌써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얼마간 변신할 것으로 보인다. 물 위에 떠 있는 절을 배경으로 동자승의 성장을 계절에 비유해 그리는 이 영화는 전작들처럼 충격적인 영화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김기덕의 영상언어로 풀어낸 해탈과 윤회의 의미가 궁금한 작품. 그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순위에 들어간 것은 무엇보다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창작의욕 때문인 걸로 보인다. 완벽주의와는 다른 의미에서 치열함이 돋보인다.

★ 지나온 1년 |

장동건을 캐스팅하면서 화제가 됐던 <해안선>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봄 여름…>은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을 기대했으나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은 걸로 확인됐다.

★ 앞으로 1년 |

<봄 여름…> 개봉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김기덕 감독의 다음 영화는 벌써 윤곽을 드러냈다. 홍콩의 한 영화사가 기획해 미이케 다카시, 가스파 노에와 함께 옴니버스영화를 찍기로 한 것. 그는 이 영화를 파리에서 찍을 계획이다.

윤제균·봉준호 스포트라이트

감독들 주가변동

전업 감독이거나 감독을 겸하고 있는 인사 가운데 파워50에 든 사람은 10명으로 지난해와 같은 숫자다. 지난해 44위의 ‘감독’ 이창동이 올해에는 ‘장관’ 이창동으로 역할을 바꿔 3위에 올랐고, 강우석은 <실미도>라는 대작을 예고함으로써 감독으로서의 영향력을 늘렸으나 더이상 올라갈 자리가 없다. 강제규 역시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해 연출가로 돌아온다는 사실이 9위에서 6위로 상승한 동력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9위에서 15위로 올라선 김상진은 <광복절특사>라는 흥행작을 내놓은 것 외에도 시네마서비스의 제작을 총괄하게 된다는 사실이 감안된 듯.

순수 감독 중에서는 임권택 감독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칸의 효력이 흡수된 지난해의 14위에 비해 올해에는 20위로 다소간의 조정이 있었다. 곽경택은 8위에서 49위로 순위 하락이 가장 두드러진 감독인데 <챔피언>의 결과를 감안하더라도 낙폭이 다소 크다. <나쁜 남자>로 일약 흥행감독 대열에 합류했던 김기덕도 <해안선> 이후 28위에서 50위로 물러났다.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은 감독을 32위에서 36위로 약간 물러앉히는 방향으로 영향력을 끼쳤다.

홍상수, 이정향이 순위권에서 빠지고 윤제균, 봉준호가 각각 28위와 41위를 기록하면서 새로 등장했다. <두사부일체>에 이어 <색즉시공>으로 연타석 흥행을 기록한 윤제균은 섹스코미디라는 지류를 만들어낸 점 외에도 효과적인 제작관리와 기획감각이 주목받은 케이스. <살인의 추억>이 극장가에서 결과를 드러내기 전임에도 봉준호가 순위에 등장한 것은 연출력과 대중적 감각에 대한 신뢰의 표현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