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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의 새 영화 <똥개> 촬영현장
2003-04-18

"웬일이니, 웬일이니", "정우성 아저씨, 이쪽으로 얼굴 한 번만 돌려봐 도", "머리가 와 저렇노" "키도 크고 잘생겼구만" 16일 자정이 가까운 시간. 경상남도 밀양시 내의동 번화가. 건물 옥상에 모여있는 구경꾼들까지 400여 명의 밀양 시민들이 몰려든 이곳은 영화 <똥개>의 촬영현장이다.

차량 10여 대와 엑스트라 20여 명이 대기하고 있으며 조명, 카메라 등의 세팅과 배우들의 연기 리허설이 진행 중인 이곳은 조금이라도 정우성을 가까이서 보려는 여학생들과 현장 진행 스태프들 사이의 숨바꼭질이 한창이다.

"죄송합니다, 핸드폰 꺼주세요. 죄송합니다, 사진 찍으시면 영화 못씁니다. 죄송합니다…" 스태프들이 양해를 구하며 현장정리를 하고 있는 동안 시민들은 육탄 돌파에서 "한 번만 들여보내 달라"고 애원하는 작전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조금이라도 정우성을 가까이서 보려고 안달이다.

이 날 촬영된 신은 주인공 철민(정우성)이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을 괴롭히던 진묵(김태욱)을 길거리에서 만나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 주인공 철민과 친구들은 나이트클럽에 가는 길에 진묵 일행을 만나고 두 패 사이에 싸움이 붙으려는 순간 경찰이 나타나 싸움을 말린다. 영화의 중반쯤 등장하는 장면으로 후반부 두 사람 사이의 본격적인 갈등의 전조가 되는 신이다.

`무료 견인 폐차무료말소'라고 쓰인 봉고차에서 내린 철민 일행이 횡단보도를 건너면 진묵 일행의 차 두 대가 '끽' 소리를 내며 멈춰 서고 차에서 내린 진묵은 철민에게 시비를 건다. 모두 한 커트로 촬영되는 만큼 엑스트라를 비롯한 여러 연기자들과 차량까지 호흡이 맞아야 하고 카메라의 움직임이 복잡해 쉽게 OK 사인이 나기 힘든 신이다.

"어이 똥개, 똥개가 개집에나 박혀있지 와그리 나와가 싸돌아 댕기나" 덩치 큰 친구 한 명, 긴 머리를 묶은 친구, 말라보이는 체격의 남자애 등 세 명이 철민의 친구들. 폐차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나온 지 10년은 넘어보이고 오래돼서 차 뒤에 보이는 차량 메이커도 'H UND I' 식으로 온전치 못한 봉고차에서 내리는데 반해 '잘 나가는' 소도시 건달들인 진묵 일행은 반질반질한 검정색 중형차를 몰고 있다.

<똥개>는 99% 정도 밀양에서 촬영된다. 대낮에 교차로를 막고 수십분 간 촬영을 해도 시민들로부터 불평의 소리를 듣기 힘들 정도로 밀양 시민들은 영화 촬영 장면을 즐기는 모습이다. 고향 부산에서 만난 밀양 친구들이 많다는 곽감독의 표현대로 하면 "스스로 즐겁게 도와주는 딱 밀양 같은 분위기."

"자 요까지 오믄 안되나. 자, 괘안나" "각분야 체크해서 오케이되믄 이야기해도" "지금보다 2초 늦게 출발해. 알아들었으면 삥삥(크랙션 소리) 해라." 곽감독의 사투리 진한 목소리가 현장에 울려퍼지는 가운데 시작된 촬영은 쉽게 OK사인이 나지 않았다.

엑스트라들의 걸음걸이가 너무 느려서, 차가 멈춘 후 놀래는 반응이 약해서, 배우들끼리 호흡이 맞지 않아서 계속되던 'NG행진'에 급기야는 팬들도 가세했다. 한 팬이 엑스트라 연기자들 속에 섞여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던 것. 길어지는 촬영에 신경이 곤두서있던 스태프들이나 이를 지켜보던 팬들이나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이 장면은 열 번째 테이크를 넘긴 후에야 주변에 모인 시민들의 박수와 함께 OK사인을 받을 수 있었고 저녁 9시쯤 세팅을 시작한 이날 촬영은 새벽 해가 떠오를 때까지 계속됐다.

쇼이스트의 첫 투자 영화며 진인사 필름의 두 번째 작품인 영화 <똥개>는 5월 말까지 촬영을 마치고 이르면 8월 중순 '말복'께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밀양=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