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인간이면 됩니다. 이성애자건 동성애자건, 남자건, 여자건 상관없습니다. 열린 마음에, 열린 가슴, 열린 정신(Open Mind, Open Heart, Open Spirit)을 가지고 와서 즐기면 그만이죠."
제5회 서울여성영화제의 부대행사로 열리는 드랙킹(Drag King) 공연을 위해 내한한 드레드 게레스탄트(DRED Gerestant.여.31)는 자신의 공연을 관람할 국내 관객들에게 '열려있을 것'을 부탁했다.
흔히 '남장여자'로 번역되는 드랙킹은 남성의 옷을 입는 여성을 지칭하는 말로 드레드는 미국을 비롯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남장여자 공연을 벌이고 있다. 서울여성영화제에는 그를 비롯한 다양한 드랙킹들의 생활을 다룬 다큐멘터리 <비너스 보이즈>(Venus Boyz)(사진)가 '새로운 물결' 부문에 초청됐으며 그는 15일 오후 6시 대학로 '어우러져 좋은 곳'과 16일 오후 8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 두차례 공연을 할 계획이다.
자신을 시인이자 교육자, 남자배우, 여자배우로 소개하는 그가 드랙킹 공연을 하는 이유는 "성적 경계를 무너뜨림으로써 관객들에게 서로 다름에 대해 포용할 것을 역설하기 위해서". 그는 자신을 남성과 여성을 오가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린다는 의미에서 '젠더 일루션니스트(Gender-illusionist)'라고 불러달라고 말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제 공연을 보고 나서 일반적이지 않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진정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되거나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제가 공연을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죠."
노래와 춤, 독백, 시낭독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보여줄 공연에서 그는 복장과 분장을 바꿔가며 고정관념을 깨는 모습을 연출할 계획이다. 여성 속옷에 콧수염 달린 얼굴이나 남성래퍼의 얼굴에 미니스커트를 입는 식으로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본질"을 충격적으로 보여주겠다는 것.
처음 드랙킹 공연을 시작한 것은 드랙퀸(여장남자) 공연을 주로 하는 한 카페를 찾았다가 그곳에서 우연히 드랙킹 공연을 봤을 때부터. 당시 대학에서 사무정보시스템을 전공하던 드레드는 자유로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공연자들의 모습을 보고 표현할 수 없는 에너지를 느꼈다고 한다. 그후 직장생활과 공연을 병행하던 그는 지난해 7월 이후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세계 투어를 시작했다.
지난 연말 이후 그가 살고 있는 뉴욕을 비롯 브라질, 덴마크, 호주, 잉글랜드, 캐나다 등에서 드랙킹 공연을 했으며 올 상반기에도 남미, 동유럽 등에서 공연을 계획 중이다.
그는 이밖에도 연극, 영화들에도 출연했으며 고정된 성 역할을 파괴하기 위한 젠더 벤딩(Gender Bending) 워크숍의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 온 소감에 대해 "얼굴이나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너무나도 달콤하다"고 밝힌 그는 다시 내한해 한 시간 정도 길이의 풀타임 쇼를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좀 더 많은 한국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이들이 제 공연을 보고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성적 정체성을 밝히는 용기나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 힘 말이죠"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