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오세암>(제작 마고21, 감독 성백엽)은 2D 애니메이션의 따뜻함과 독특한 색감이 인상적인 영화다. 한국적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는 일단 성공한 듯하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약 50분의 1이 조금 넘는 제작비인 15억 원을 들여 만들어진 이 애니메이션은 소재는 물론 캐릭터의 생김새나 배경의 색감에서 할리우드나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분명히 차별화가 된다.
엄마를 보고싶어하는 다섯살배기의 이야기라는 줄거리는 가족타령만 하다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 차이가 있고 쌍거풀 없는 눈에 끝이 올라간 눈꼬리나 얇은 눈썹, 작고 도톰한 입의 인물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라서 반갑다. 단풍, 단청, 시냇물, 산길 등의 풍경도 기본색에서 벗어나 있어 자연의 색깔과 비슷한 편.
다섯 살 소년 길손이는 앞못보는 누나 감이, 삽살개 바람이와 함께 엄마를 찾아 여행을 다닌다. 아무리 돌아다녀 봐도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엄마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엄마의 얼굴을 기억하는 감이도 앞을 못보니 엄마를 만나더라도 모르고 지나치기가 쉽다. "바람이 시작되는 곳에 엄마가 있을 꺼다" 정도의 막연한 기대를 할뿐.
추운 겨울이 시작될 즈음의 어느날 길손 일행은 길에서 "머리에 머리카락 씨만 뿌려져있는" 젊은 스님 '설정'을 만나 산사 생활을 시작한다. '스님'이라는 단어도 모르는 이 다섯 살 아이에게 경건한 스님들의 생활이 쉽게 이해가 갈리는 없는 것.
불경 외는 중 불당 뛰어다니기, 목욕하고 있는 스님 승복 노루 입히기, 스님들 신발 나무에 걸기, 염주 풀어 쏟아붓기 등 길손이의 장난기는 절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결국 설정스님은 길손이를 데리고 산 속의 작은 암자에서 생활하기로 한다. 어느날 식량을 구하러 길손이를 혼자 남겨둔 채 아랫마을에 간 설정스님은 절로 돌아오는 길에 폭설을 만나게 되고 실수로 미끄러져 정신을 잃게 되는데…
서정적인 영상으로 호평을 받았던 <하얀 마음 백구>의 제작팀이 설립한 제작사 마고21은 한국형 애니메이션의 그림을 만드는 데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둔 듯 하다.
하지만 영화의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아쉬운 점은 스토리의 긴장이 떨어진다는 것. 특히 길손이가 혼자 남아 스님을 기다리는 후반부는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으며 엄마를 그리워하는 길손이의 마음도 묘사가 부족한 편이다.
2년 전 작고한 동화작가 정채봉씨의 동명 스테디셀러를 원작으로 했으며 윤도현, 이소은이 주제가를 불렀다.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75분.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