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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성영화제 초청 교포감독 류수경
2003-04-14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여성 영화인 류수경 감독이 11일 개막한 제5회 서울여성영화제 참석차 데뷔작 <문지르고 당기고>(Rub&Tug)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새로운 물결' 부문에서 상영되는 <문지르고…>는 퇴폐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는 세 여성들의 이야기를 밝고 코믹하게 그린 영화. 원제인 'Rub&Tug'은 캐나다, 미국, 영국 등에서 퇴폐 마사지를 지칭하는 속어다.

영화는 지난해 서드베리 영화제에서 최우수장편영화상을 수상했으며 같은해 11월 캐나다에서 개봉돼 제작비의 대여섯배가 넘는 '작은 성공'을 거뒀다. 지난 91년 잘나가는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무모하게' 캐나다로 건너간 류 감독은 그동안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언어 문제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제작과정에서도 그렇고. 영화는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그래야지 이곳 문화도 알고 영화로 비웃을 수도 있고 그렇죠." 그래도 이를 악물고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영화 만드는 재미" 때문이라고. 영화 촬영이나 편집을 하다가도 갑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뻐서 눈물이 나기도 할 정도.

처음 캐나다로 건너갈 생각을 한 것은 어느날 아침 출근 버스에서였다. 적성에 맞지 않은 직장생활이나 답답한 회사의 분위기가 '꿈'을 찾아 떠나는데 도움을 준 것. 당시 에로영화 천지였던 한국영화계에서 갈 곳을 못찾던 그녀는 오빠가 살고 있는 캐나다로 이민을 결심했다.

토론토의 라이어슨 대학에 입학해 영화학을 공부하고 몇편의 단편영화가 영화제에서 입상하면서 이름을 알린 류 감독이 장편 데뷔작의 소재로 '마사지'를 택한 것은 퇴폐 마사지 업소에 '마사지'를 받으러 잘못 들렀던 실수 때문.

"한정된 공간이라 제작비도 적게 들고 상업적 흥미도 있겠다 싶었죠. 게다가 취재 중 만난 업소 관리인을 통해 마사지사들이 오히려 관리인과 손님들을 좌지우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비슷한 소재의 영화와 다른 각도로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도 생겼어요." 그녀는 6개월여 동안 매니저, 손님, 여성 마사지사 등을 인터뷰하며 영화의 대본을 완성했으며 연방정부로부터 20만 달러(약 2억4천만원)의 제작비를 지원받아 영화를 완성했다.

영화에서 매니저 '콘라드'역으로 나오는 배우 돈 맥켈라(Don McKellar)는 캐나다 영화계의 아이콘 같은 대배우. 꽃배달에 노래 메시지, 샴페인, 담배, 초콜릿 등의 선물 공세에다가 조감독을 통해 미행까지 시킨 끝에 적은 개런티에 출연을 승낙받았다.

류 감독은 "동양인 여성 감독으로 영화 만들기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잘라말했다. "물론 몇몇 어려운 점은 있겠지만 힘들 정도는 아니에요. 오히려 캐나다에서 영화를 만드는 일 자체가 쉽지 않죠. 할리우드 영화에 밀려 자국 영화의 시장 점유율은 1%도 안되거든요. 투자자들도 없어서 정부 투자를 받아서 영화를 만드는 게 유일한 방법일 정도니까요."

"한동안 캐나다인으로 적응하기에 바빴다"는 류 감독은 "12년 만에 처음 한국에 돌아와 학부모가 된 친구들과 친척들을 만나 너무 좋다"고 서울에 돌아온 소감을 밝혔다.

류 감독은 "이번 한국 방문은 캐나다인과 한국인 사이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의미가 있다"며 "캐나다로 돌아가기 전에 그동안 못봤던 한국영화들을 DVD로 가져가겠다"며 즐거워했다. (서울=연힙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