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태어나줘서 고마워
“푸른 하늘 저 멀리/ 라라라 힘차게 날으~는/ 우주소년 아~톰/ 용감히 싸워라….”
좀 과장해 말하면 이 땅의 386세대들은 아톰과 함께 자랐다. 아톰처럼 하늘을 날고 아톰처럼 엄청난 힘을 갖고 싶었던 그 시절 꼬맹이들은 이 노래를 부르며 골목을 누볐다. 이 작품이 사실은 데즈카 오사무란 일본 사람이 만든, <철완 아톰>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흐른 뒤였지만, 그래도 그때는 그것이 우리 만화영화인 줄 알았고 애착도 대단했다.
아마도 마지막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외계에서 엄청난 크기의 행성이 지구로 돌진한다. 전세계 국가의 수뇌들이 모여 의논하지만 대책이 없다. 그때 누군가 아이디어를 낸다. 모든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들을 한꺼번에 쏘아 행성을 폭파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생긴다. 그 많은 미사일들을 어떻게 나란히 행성을 향해 날아가도록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결국 문제의 답을 아톰이 낸다. 자신이 미사일들을 이끌고 날아가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미사일들과 함께 선두에서 행성을 향해 날아가는 아톰을 보며 코끝이 찡했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 일본에서는 ‘아톰 열풍’으로 뜨겁다. 새삼스럽게 웬 아톰이냐고? 원작에서 아톰이 2003년 4월7일 도쿄 다카다노바바(高田馬場)에 있는 ‘과학성’에서 태어난 것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날을 전후해 갖가지 일본스러운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다카다노바바역은 기차의 발차 신호음을 <아톰>의 주제가로 바꿨다. 효고(兵庫)현에 있는 ‘데즈카 오사무 기념관’에서는 아톰의 탄생장면을 재연했다. 미쓰비시그룹 계열사가 순금으로 만든 2종의 기념주화 2300개는 순식간에 예약이 매진됐다. <아사히신문>은 4월7일에 맞춰 지구의 미래와 꿈, 희망을 표현하는 ‘아톰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6일부터는 <후지TV>를 통해 50부작 <아톰> 시리즈가 방송된다. 감독은 1990년대 <울트라맨> 시리즈로 특수촬영영화 분야에서 이름난 고나카 가즈야(小中和哉)라고 한다. 실사영화로 제작된 영화 ‘아스트로 보이’도 현재 미국 할리우드에서 2004년 후반기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아톰 드림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소니, 후지TV,덴쓰(電通),미쓰비시(三菱) 자동차,이토추상사(伊藤忠商事), 세가,메이지 제과 등 유수 기업 60여개가 공동보조를 맞추고 있다. 덴쓰 소비자 연구센터는 “아톰에서 예상되는 경제효과는 5천억엔으로, 한·일월드컵의 4500억엔을 능가할 것”이라고 분석했을 정도다.
<아톰>의 기원은 원래 월간지 <소년>의 1951년 4월호부터 연재된 만화 <아톰대사>로부터 시작된다. <아톰대사> 중 조연으로 등장한 로봇 아톰이 1952년 4월호부터 주인공이 되어 ‘철완 아톰’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아톰을 만든 사람은 천재과학자 덴마(天馬) 박사. 사고당한 아들 대신 아톰을 만들었지만 아톰이 자라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대를 거듭한다. 결국 서커스단에 팔린 아톰을 코주부 박사(오차노미즈 박사)가 구해주고 아톰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일본 최초의 TV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우주소년 아톰>은 63년부터 4년간 193개 에피소드가 방영되면서 평균 시청률 30%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다. 또 63년 말 미국에서 ‘아스트로 보이’(Astro Boy)라는 제목으로 방영되는 등 세계 각지에서 호평받으며 상영됐다.
1980년 데즈카프로덕션에 의해 2번째 시리즈(컬러판, 총 52개 에피소드)가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는 1971년 흑백판인 첫 번째 시리즈가 방영됐고 컬러판은 1984년에 방영됐다. 새롭게 방송되는 <아톰> 시리즈가 어떤 기록을 세울지, 또 어떤 감동을 줄지 궁금하다.정형모/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h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