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 생일맞아 일본열도 '들썩'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흐르며 눈을 뜨고, 팔을 움직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아톰의 모습을 기억하는지. 지난 7일 ‘우주소년 아톰’의 탄생일은 일본뿐 아니라 아톰을 보고 자라난 전세계 팬들에게 설레는 날이기도 했다.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에 따르면 아톰은 2003년 4월7일 도쿄 다카노바바의 ‘과학성’에서 탄생했다. 덴마박사가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만든 또다른 아들 아톰은 10만마력의 힘과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로켓추진의 빨간 장화를 신고 하늘을 가르며 사람들을 구했었다.
아톰의 탄생일을 맞아 일본 후지 TV에선 새로운 아톰 시리즈 50부작이 시작됐다. 아톰이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된 건 1963년, 1980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아스트로보이·철완 아톰>(감독 고나카 가즈야)이라는 제목의 이번 시리즈의 무대인 ‘패러럴월드 메트로시티’는 아톰처럼 인간의 마음을 가진 로봇들이 차례로 탄생해 인간과 공존하고 대립하는 세계다. 또한 1976~88년 오사무가 스튜디오를 설치했던 도쿄 다카노바바에는 열차 발착신호음이 아톰 주제가로 바뀌고, 아이 이름을 아톰으로 짓는 게 유행하는가 하면, 아톰 과자·초콜릿·신용카드·기념주화 등이 날개돋친듯 팔렸다. 3월부터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한 다카라츠카 시립 데즈카 오사무 기념관의 ‘아톰탄생의 순간’을 재현하는 특별전시실엔 매일같이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7일자 신문에서 3개면에 기사를 실으며 “우리세대의 로봇 관계자들은 아톰이나 철인 28호를 동경했던 사람들”이라는 과학자들의 말을 전했다. 데즈카의 딸이 기획한 음반을 비롯해 아톰 기념 CD도 속속 등장해 침체한 음반산업에 희망을 줄 정도로 아톰은 경기침체의 일본에 다시 효자구실을 하고 있다.
세계 팬들 추억에 젖어
하지만 아톰이 일본에게만 의미있는 것은 아니다. 1950년 한 잡지에 데즈카 오사무가 <아톰대사>를 연재할 때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아톰은 ‘평화의 상징’이었다. 당시의 수폭실험 등을 보고 데즈카가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사용하는 가상의 나라를 ‘아톰(원자) 대륙’이라 이름붙여 시작한 시리즈물. 등장인물 가운데 하나였던 로봇은 1953년 인간의 마음을 가진 <철완 아톰>의 주인공으로 사랑을 받았고, 1963년 텔레비전 애니메이션화된 뒤 전세계 40개국에 수출되었다.
데즈카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술취한 미군 병사들에게 ‘점령국의 언어’를 못한다고 무섭게 얻어맞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것은 내 만화주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지구인과 우주인의 알력, 이민족 사이의 분쟁, 로봇과 인간과의 비극…. 아톰의 테마가 바로 이것이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마지막회, 지구를 지키기 위해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던 아톰의 모습은 지금과 같은 시기, 더 생생할 수밖에 없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