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지구핵‥"지구를 구해랏!"
<코어>는 지구를 멸망시킬 재난으로부터 지구를 구해내는 ‘재난 영화’다. 재난이 닥치고, 각 분야의 전문가와 과학자 등 인재들이 <황야의 7인>처럼 모여 팀을 꾸린다.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려는 팀과, 결과에 급급해 무모한 방식을 택하려는 사령부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 팀원들의 캐릭터 차이로 인한 다툼을 양념으로 곁들이면서, 팀원들은 하나씩 희생되거나 스스로를 희생하고 마침내 영웅이 탄생한다.
이미 <아마겟돈> 같은 재난 영화를 통해 익숙해진 이 공식을 <코어>도 그대로 좇지만, 각각의 요소가 깔끔하게 배치돼 있고 군더더기도 적다. 우선 재난의 유형이 신선하다.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지는 유해물질을 막아주는 지구의 자기장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자기장을 생성시키는 지구 중심의 핵(코어)의 회전이 멈췄기 때문이다. 반쯤은 입증되고, 반쯤은 유력한 가설인 과학지식을 동원해 이런 상황을 만든다. 심장박동기를 단 사람들이 일시에 죽고, 새떼들이 방향감각을 잃은 채 집단으로 빌딩벽에 부딪쳐 죽는다. 자기장에 구멍이 생긴 곳에서는 강한 태양열이 모든 물체를 녹여버린다. 미 국방성이 중심이 돼 내놓는 해결책은 땅밑을 뚫고 지구의 핵으로 들어가, 그곳에 핵폭탄을 터뜨림으로써 핵을 다시 회전하게 한다는 것. 지질학자, 폭약전문가, 우주비행사 등이 팀을 꾸려 특수탐사선을 타고 땅속으로 들어간다
영화는 자기장의 소멸로 생기는 피해 사례나, 지구 속의 모습 등 잘 알지 못하던 것들이 야기하는 호기심을 적절히 풀어주면서 후반부에선 예상치 못했던 음모론적 설정을 끌어들인다. 핵의 회전이 멈춘 이유가 미국의 가공할 무기개발에 따른 것이었고, 한 해커가 이 음모를 폭로하는 서브 플롯은 조금 산만하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 흥미롭다. 다만 이야기 규모는 블록버스터인 데 비해 특수효과 등 시각연출이 조야한 편이어서 영화를 소품처럼 느끼게 한다. 땅밑 탐사선이 놓인 상황을 전혀 볼 수 없는 사령실 요원들이 마음 졸이는 표정을 자꾸만 클로즈업하는 연출은 아무래도 맥이 빠진다. <엔트랩먼트> <카피캣>의 존 아미엘 감독에 힐러리 스웽크, 아론 에크하트가 출연한다. 18일 개봉. 임범 기자 is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