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숫자 보다 더 큰 세상을 배웠네
필리베르 감독 오지 학교에 카메라, 전교생 10여명의 작은 교실에 정년 앞둔 선생님. 엄격해도 따뜻 개과천선 '선생 김봉두'의 20년뒤?
세상을 날것으로 드러내는 다큐멘터리란 장르는, 때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개봉해 17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마지막 수업>(원제 etre et avoir)이 그렇다. 104분 남짓의 다큐멘터리는 사람들이 처음 세상을 만나던 학교에서 경험한 작은 좌절과 작은 성취를, 앨범에서 한장한장 빼낸 사진처럼 보여준다. 사람들과 어울려 존재하고, 소유하는 방식을 배우는 과정이 전해주는 감동은 여느 극영화보다 더 묵직하다.
니콜라 필리베르 감독이 카메라를 들이댄 학교는 프랑스 중부의 오지 오베르뉴 마을의 셍테티엔느 쉬르 우송 학교. 정년을 앞둔 조르쥬 로페즈 선생님은, 4살 아이부터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까지 전교생 10여명을 한 학급에서 가르치고 있다. 필리베르 감독이 300곳 이상의 학교를 섭외해 찾아낸 이 작은 학교의 교실은 인생과 사회의 축소판이다. 그곳에는 글자 하나를 제대로 써냈을 때 누리는 작은 행복과, 생각처럼 안 될 때 부딪치는 성장의 고통이 녹아있다.
영화에 웃음을 선사하는 건 학생들과 그 가족들이다. 백 다음에 천 까지도 셀 수 있다고 큰소리 치지만 계속 단위가 올라가자 못들은척 고개를 도려버리는 조조, 호시탐탐 다른 친구의 발표를 방해하는 끼어들기 공주 마리, 산수숙제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이는 예비 중학생 줄리앙의 가족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잔잔한 미소를 안겨주는 건 경력 35년의 로페즈 선생님이다. 정년을 앞두고 20년 재직해온 학교에서, 그는 지난 몇십년과 똑같이 마지막 학기를 진행하는 그의 모습은 언뜻 보기엔 엄격한 구식교사다. 네살박이 아이가 약속한 색칠공부를 다 마치지 못하자 운동장에 나가놀지 못하게 막을 땐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렇지만 중구난방인 아이들과 끈기있게 하나씩 하나씩 붙잡고 이야기하고, 세상의 규칙을 알려주는 선생님의 모습은 가슴을 촉촉히 적셔온다. 프랑스에서 개봉 이후 로페즈 선생님은 이상적인 교사형으로 우상처럼 떠올랐다고 한다. 햇볕 내려쬐는 학교 입구에 걸터앉아 내성적이고 자폐증적 증세로 특수학교로 진학하게 되는 나탈리를 가슴 안에 꼭 끌어안아 줄 때, 로페즈 선생님은 온 세상의 아버지와 같은 모습이다.
필리베르 감독은 먼저 ‘글을 배우는 과정’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겠다는 생각으로 학교를 찾았다고 했다. 절대 그들에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섬세한 시선으로 감독은 교실 구석구석에 숨은 아이들의 모습을 잡아냈다. 그렇게 10주간의 촬영 끝에 필리베르가 담아낸 건 글자나 숫자보다 더 큰 세상을 배우는 이들의 모습이었다. 20일 하이퍼텍 나다 개봉.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