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도 <선생 김봉두>와 <시카고>의 인기는 굳건했다. 차승원과 산골 분교 어린이들의 따뜻한 코미디 <선생…>은 개봉 열흘 만에 전국 107만여명, 흥건한 술과 재즈의 뮤지컬 <시카고>는 전국 94만여명을 동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주 개봉작 가운데서도 이 두 영화들의 흥행을 흔들 만한 큰 적수는 눈에 띄지 않아 당분간 이들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주 기대를 모았던 <지구를 지켜라!>는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주말까지 서울 1만5천여명, 전국 3만여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모처럼 등장한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신인감독의 데뷔영화가 썰렁한 반응을 얻은 건 몹시 아쉬운 일이다. 전형적인 할리우드의 전쟁영화 <태양의 눈물>이 3위를 차지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작품이 좋다는 평들이 관객들에게 ‘어려운 영화’라는 인상을 심어줬다는 분석도 있을 수 있지만, 어렵다거나 작가영화라거나 하는 생각 없이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다. 극장에서 기발하고 상큼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번주에도 <한겨레> 영화팀의 강추작은 여전히 <지구를 지켜라!>다.
고만고만한 영화들 6편이 개봉하는 이번주에는 주경중 감독의 <동승>이 지난해 <집으로…>의 열풍을 불러일으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7년에 걸쳐 힘겹게 완성한 감독의 순박한 집념이 영화에 그대로 녹아 있는 <동승>에서, 엄마를 그리는 9살짜리 어린 스님이 목놓아 엄마를 부를 땐 코끝이 찡해질 것이다. <드럼라인>은 영화의 내용보다는 거대한 규모의 마칭밴드의 화려한 공연이 볼거리이며, <링> 시리즈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완결편 <링0-버스데이>도 이번주 선보인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