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개봉하는 <솔라리스>(Solaris)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72년작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 판이다. 72년작 <솔라리스>는 '철학적 SF'라는 찬사를 받으며 그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차지하며 현재까지 영화사의 고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리메이크작의 제작자는 <타이타닉>의 제임스 카메룬. 감독은 <섹스,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나 최근의 <풀 프론털> 같은 실험적인 작품부터 <에린 브로코비치>, <오션스 일레븐> 같은 장르영화까지 다양한 영화를 만들어온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맡았다.
배경은 먼 미래의 우주정거장. 그렇다고 이 영화에 SF 장르의 영화라는 꼬리표를 달 필요는 없다. 영화는 미래 도시의 모습이나 특수효과의 볼거리보다 기억과 시간의 문제 속에 인간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있다.
죽은 부인 레아(나타샤 멕켈혼)에 대한 그리움 속에 살아가는 정신과 의사 켈빈(조지 클루니). 어느날 그는 솔라리스 행성 주변의 우주정거장에 있는 친구 지바리언(울리히 터커)으로부터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전달받는다.
그의 부탁대로 우주정거장 '프로메테우스'호에 도착한 켈빈. 그의 눈앞에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일 뿐이다. 우주선의 책임자인 지바리언 박사는 죽어있고 연구원인 스노우(제레미 데이비스)는 이해할 수 없는 말들만 중얼거리며 또 다른 대원인 고든 박사(비올라 데이비스)는 방문을 잠근 채 열어주려 하지 않는다. 게다가 제한된 공간인 우주정거장에서 케빈은 죽은 아내를 발견하는데… 믿기 어려운 현실에 켈빈은 혼란스러워하고 결국 레아를 우주 공간으로 내보내지만 얼마 안있어 그는 침대에 누워있는 레아를 또다시 발견한다.
결국, 레아는 자신의 기억이 만들어 낸 것. 케빈은 고든 박사를 통해 자신 뿐 아니라 다른 대원들도 기억속의 인물인 '비지터'들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혼란 속에 '비지터'들의 존재를 밝혀내려는 케빈. 하지만, 그의 꿈에 나타난 지바리언의 말처럼 이에 대한 해결책은 없다. 다만 레아와 함께 지구로 돌아갈지 아니면 그녀를 왔던 곳으로 되돌려보내고 혼자 귀환할 지에 대한 선택만 남아 있을 뿐.
'자신의 기억이 불러낸 사람이 그 사람과 같은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영화가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던져주는 철학적 물음. 느리게 진행되는 화면은 혼란속에 빠져있는 케빈의 고민에 관객들이 동참할 수 있게끔 만드는 충분한 여백이 있다.
하지만, 영화의 치명적인 약점 또한 지나치게 느리다는 것. '친절한' 설명 없이 진행되는 진행되는 스토리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늘어져있다는 느낌이다.
관객에 따라서 흐릿한 화면과 느릿하게 반복되는 영상에 그다지 길지는 않은 99분의 상영시간도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난 2월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 "지루하다"는 한 기자의 질문에 흥분한 조지 클루니가 "멍청한 질문"이라고 쏘아붙인 일화가 알려져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