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Of Enemies, 1963년감독 가이 해밀턴 출연 데이비드 니븐 EBS 4월13일(일) 낮 2시
전쟁포로에 관한 영화는 그 리스트가 짧지 않다. 얼핏 기억나는 영화로 스티브 매퀸이 주연했고 존 스터지스가 감독한 <위대한 탈출>(1963)이 떠오른다. ‘추억의 명화’로도 여러 번 공중파에서 방영했다. 다른 문화권에 속한 이들이 포로와 군인으로 만나는 영화 중에선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1982)가 있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일본군과 연합군 포로의 대립을 담는다. 전쟁을 일으킨 일본사회의 어리석음을 ‘외부’의 시선을 빌려 고찰하는 영화다. <최고의 적수>는 좀더 구체적으로 남성들간의 은밀한 에로티시즘을 지향한다. 전쟁포로에 관한 영화이면서 폭음이 진동하는 장소에서 적이자 친구로 만난 남성들의 이야기다.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의 리처드슨 소령과 버크 중위는 어느 사막에 불시착한다. 이들은 블라시 대위가 소속된 이탈리아군의 포로가 된다. 평소 이탈리아인에 대해 삐딱한 태도를 지니고 있던 리처드슨 소령은 매사에 고분고분하지 않다. 또한 영국군을 혐오하는 이탈리아 군인 블라시 역시 기세가 만만치 않다. 당연하게도 두 사람은 작은 일에도 사사건건 대립한다. 하지만 사막에서 생활하는 어려움,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에 처한 이들은 서로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된다. <최고의 적수>는 전쟁 버디영화라고 할 만하다. 리처드슨 소령과 블라시 대위는 각기 다른 편에 서서 전투에 참가하고 있으며 이해관계 역시 확연하게 갈린다. 그럼에도 시간이 갈수록 상대에 대한 경쟁심리는 조금씩 누그러진다. 서로의 입장도 뒤바뀐다. 포로였던 리처드슨 소령은 영국군 반격에서 승리를 거두자 승자의 입장에서 블라시를 포로로 거느린다. 그리고 그를 군에서 만난 ‘최고의 적수’로 인정하게 된다. 요컨대 <최고의 적수>는 전장에서 피어나는 남성의 모순적인 연대, 그리고 정서적 교감을 포착하는 데 공을 기울인다.
<최고의 적수>는 영화음악이 좋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길>이나 <달콤한 인생>의 작곡가로 참여했던 니노 로타가 작업했다. 행진곡에서 평화로운 분위기의 음악까지 니노 로타는 다양한 곡에서 개성있는 톤의 영화음악을 들려준다. 특징적인 것은 역시 그의 노련한 테크닉이다. 많은 악기를 사용하지 않고, 음악이 부각되는 면도 적지만 <최고의 적수>에선 적재적소에서 영화음악이 충실하게 자신의 기능하고 있다. 사운드 교본으로 참고할 만하다. 영화를 연출한 가이 해밀턴 감독은 대표작으로 <007> 시리즈가 잘 알려져 있다. 이 패스트푸드처럼 하나같이 맛과 영양가가 비슷한 시리즈에서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와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등 비교적 양질의 작품을 만들어낸 인물이 바로 가이 해밀턴 감독이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