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명랑소녀 장나라
‘명랑소녀’ 장나라, 그의 매력은 아무리 푼수를 떨고 ‘오버’를 해도 그리 얄밉지 않다는 것이다. 그의 영화 데뷔작 <오! 해피 데이>는 그 사실을 십분 활용한 전략을 택했다. 드라마에 의존하기보단 장나라의 장기자랑이 더 돋보이는 로맨틱 코미디로 정의에 살고 죽는 여자 킹카에 반했네. 찍은 넘 내꺼 만들기 작전이 시작됐다.끝은‥아시죠?
장씨가 맡은 공희지는 무명의 성우다. 피시방에서 화상채팅으로 추근덕거리는 남자를 보면 목 꺾기가 예사지만, 눈먼 이들을 위해 책 녹음 봉사활동을 조직하는 정의에 살고 죽는 여자다. 그런 공희지가 외국계 여행사 팀장인 ‘킹카’ 김현준(박정철)에게 한눈에 반한다. 태어날 때 처음 본 세상이 예식장의 신부의 새하얀 드레스였던 탓일까, ‘엽기스런 그녀’ 공희지는 상상을 뛰어넘는 ‘찍은 넘 내 꺼 만들기’ 작전의 과정에 돌입한다. 장씨는 자유자재로 얼굴 표정 만들기, 망가지는 폼 두려워하지 않기, 온몸을 건물 아래로 던지는 액션() 연기로 스크린에서 통통 뛰어다닌다. 가끔씩 영화는 택시운전하는 아버지를 둔 봉천동의 공희지 가족과 외국생활에 익숙한 김현준 쪽이 드러내는 신분의 차이에 눈길을 돌리는 듯하지만, 그도 공희지의 ‘눈먼 사랑’에 금세 가려버린다.
거기까지야 ‘로맨틱 코미디니까…’ 눈감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자기주장 강하고 정신 똑바로 박힌 공희지가 남자에 눈 팔려 안티 클럽메드 운동이나 갯벌지키기 운동에 뛰어든다는 설정은 찜찜하다. 특히 깔끔한 뮤지컬식 마무리 뒤에 보여주는 사건의 진실을 보고 나면. 그렇기에 마지막 부분은 지난해 대박났던 영화의 리메이크로밖에 안 느껴지는 듯하다. 18일 개봉. 김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