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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인 반전평화 대회를 가다

골때리기

아, 그 새끼 정말 골때리네…. 언제부턴가 극심한 집회 권태증에 걸려 월드컵 응원 집회는 물론 효순이 촛불시위에도 한번 참석해본 적이 없는 터라, ‘시를 읽을 사람이 너무 적다’는 작가회의 사무국장 전성태(소설가)의 앙청(그는 앙청하는 데 천재다)에 따라, 그리고 ‘땜통은 내 팔자’라는 평소 지론 혹은 체념에 따라(사실, 말짱 거짓말이었다. 마이크를 잡을 사람이 너무 많아 문제였다. 늘 그렇다. 하지만 전성태의 ‘외국산’ 사슴 같은 눈동자는 모든 것을 다시 체념하게 만든다.

그것도 아주 기분좋게. 아니 내가 속없는 놈이겠지…) 가기는 가는데, 종묘공원과 탑골공원을 혼동, 탑골공원에 들어가니 그 흔하던 노인네들도 없고 휑한지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벌써 끝났나? 허겁지겁 전화를 거니 동대문쪽으로 조금 더 올라오라고, 새끼발가락 근처에 생긴 혹에 드디어 고름이 잡혔는데, 그게 유난히 아프니 이래저래 부시(미국 대통령. 맞나?) 패거리들의 이라크 미친 짓들에 더욱 부아가 나는 판이었다가, 똑같은 시행착오를 범하며 탑골공원쪽으로 오던 서울 촌놈 강태형(시인·문학동네 사장)과 촌년 신경숙(그 유명한 소설가)의 발걸음을 제법 으스대며 종묘공원쪽으로 되돌리니 기분이 좀 낫고, 울타리가 없는 종묘공원(맞아. 공원에는 담이나 출입구가 없지.

그렇다면 탑골공원은 공원이 아니네. 이 착오도 군사문화의 잔재?)으로 들어서니 방송사 카메라들이 즐비하고(노무현이 대통령 된 이래 문화예술단체도 작가회의도 참 컸다) ‘선전선동계’의 전설이라 할 고은(시인)과 황석영(소설가)이 70년대식, 혹은 80년대식으로 제 물을 만났고, 많지도 적지도 않은 문인 청중이 장대한 기골로 양쪽에서 떡 버텨주며 선 한창훈(소설가)과 유용주(시인-소설가, 이 두 사람은 작고한 이문구 선생 이래, 문장도 일품이지만 무엇보다 둘 중 하나만 있어도 장례식 한 차례는 거뜬히 치르는, 역시 이 방면의 전설이다)를 만나니 마음이 고맙고, 좀더 낫고, 내 차례를 기다렸다가 시 한편 읽고 내려오니 쪽팔렸지만(사실 이런 자리에서 시를 읽으려면 흥분을 해야 하는데, 나는 좀체 그러지를 못한다. ‘뒤패’ 전문이니까) 아주 홀가분해졌고 미 대사관으로 몰려가니 전경들이 보호 차원에서 겹겹 둘러싸는데, 엉뚱하게도, 60년대 한·일회담 반대데모가 이쯤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부시, 정말 골때리는 놈. 세상을 정말 몇십년, 아니 몇백년씩 되돌릴 참인지. 김정환/ 시인·소설가 maydapoe@thru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