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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공개된 <시카고>의 제작 과정 다큐멘터리

네트 속의 서플

DVD라는 매체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혹자는 고화질과 다채널 입체음향을 꼽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서플먼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할리우드가 DVD를 세상에 선보이면서 비장의 무기로 선택한 것도, 바로 본편 영화보다 재미있는 서플먼트였다. 비디오 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인터넷을 통한 영화파일의 공유가 확산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DVD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차별적인 요소로 서플먼트가 꼭 필요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렇게 해서 DVD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어버린 서플먼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주요 배우나 제작진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제작과정 다큐멘터리다. 항상 편집과정을 통해 정제된 배우들의 연기 장면만 볼 수 있었던 관객에게, 영화의 전반적인 제작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들을 당사자들의 생생한 증언과 함께 보여주는 제작 다큐멘터리는 아주 매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에도 그런 제작과정 다큐멘터리들은 존재해왔다. 할리우드영화들의 경우, 제작과정 다큐멘터리가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 CATV 영화채널이나 다큐멘터리 채널을 통해 방영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홍보차원에서 영화의 개봉을 즈음한 시기에만 방송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막상 보고 싶어도 시간을 못 맞춰 보지 못하는 경우나 더이상 방영되지 않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다가 LD가 시장에 출시되면서 남아 있는 저장공간의 활용과 소비자의 구매욕구 자극을 위해 서플먼트라는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이미 만들어져 있던 예고편과 제작과정 다큐멘터리 등이 서플먼트를 채우게 된 것이었다. 그 이후 제작과정 다큐멘터리는 TV에서 방영될 때를 놓치면, LD를 구매해야만 볼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LD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는 DVD가 선보인 이후에도, 그런 인식은 변하지 않아왔다.

뮤지컬 <시카고> 공식 홈페이지

힙합 뮤지션 출신에서 완벽한 재즈 뮤지컬 배우로 변신에 성공한 퀸 라피타.

르네 젤위거에게 연기지도를 하고 있는 롭 마셜 감독

그런데 얼마 전 한 할리우드영화의 제작과정 다큐멘터리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올 아카데미상에서 13개 부분 후보에 올라 최다부문 수상이 확실시 되던 <시카고>의 대한 것이라 네티즌의 관심은 일시에 집중되었다. 대표적인 온라인 상영관인 ‘iFilm’을 통해 무료로 공개된 30분짜리 제작과정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Reinventing an American Art Form>.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1920년대 후반을 무대로 한 뮤지컬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뮤지컬이라는 형식과 영화라는 형식을 결합시키기 위한 제작진과 배우들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그 핵심적인 내용. 그중에서도 영화 속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들을 스토리 라인과 연계시키기 위해 사용한 기법에 대한 감독과 제작자의 설명이 초반부를 장식한다. 록시(르네 젤위거)가 무대 위의 벨마(케서린 제타 존스)를 보고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는 자신의 모습을 꿈꾸는 장면, 무대와 실내를 한 공간에 배치해 록시와 아모스가 언쟁을 벌이는 장면 등이 그 예로 사용된다.

그와 함께 캐서린 제타 존스, 르네 젤위거 그리고 리처드 기어 등 주요 출연진들을 이 영화에서 요구하는 배우로서의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훈련하는 과정도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대스타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열었다는 놀랄 만한 증언(?)에서부터 시작해, 주로 두 여배우가 어떻게 영화배우에서 뮤지컬 배우로 변신해갔는지에 대한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것. 특히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배우들이 춤과 노래를 연습하는 모습이다. 별다른 가감없는 그들의 연습현장을 보는 것은, <한밤의 TV 연예>에서 우리나라 배우들의 연습현장을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더불어 힙합가수인 퀸 라티파가 마마 역을 연기하며 재즈풍의 뮤지컬곡들을 훌륭히 소화해내는 장면들을 보여주며, 제작자와 작곡가가 ‘우리 스스로도 놀라웠다’라는 평가를 내리는 부분도 아주 흥미롭다.

문제는 이런 제작과정 다큐멘터리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시도가 결국 점차 시장규모가 확대되어가고 있는 DVD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주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과 DVD 제작·유통사들이 그런 입장이다. 물론 이에 대한 인터넷 상영관들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iFilm의 경영진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Reinventing an American Art Form>은 극장 개봉 영화와 관련된 영상자료로 인터넷에 공개된 것들 중에서 가장 상영시간이 길고 내용이 충실하다. 이런 종류의 영상물들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는 것은 배급사나 인터넷 상영관 그리고 관객 모두를 위해 아주 바람직하다”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던 것이다. 물론 관객의 입장에서도 유료 영화채널이나 DVD가 아닌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이런 제작과정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시카고>의 이런 시도가 향후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도가 수익 창출에 궁극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최종적인 분석이 완료돼야만 다른 영화들에의 적용여부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관객의 입장과는 상관없이 전적으로 제작·배급사의 경제논리에 의해 결정될 것이 분명하지만 말이다. 만약 부정적인 평가로 인해 당분간 인터넷에서 이번 경우와 비슷한 제작과정 다큐멘터리를 못 보더라도, 그리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인터넷으로 모든 콘텐츠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 대세라, 언젠가는 DVD보다 더 풍부한 서플먼트가 인터넷 상영관을 통해 제공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영화 <시카고> 공식 홈페이지 : 111

http://www.miramax.com/chicago

iFilm <시카고> 제작 과정 다큐멘터리 페이지 : 111

http://www.ifilm.com/filmdetail?ifilmid=2451564

뮤지컬 <시카고> 공식 홈페이지 : 111

http://www.chicagothemusic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