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sider, 1961년감독 델버트 만출연 토니 커티스EBS 4월6일(일) 낮 2시
전쟁영화 하면 흔히 전투장면을 연상하기 쉽다. 치열한 전투의 스펙터클과 전우애의 멜로 코드 그리고 영웅주의가 전쟁영화의 관습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전쟁영화는 전쟁 이후의 시간대까지 끌어안는다. 적절한 예가 있다.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해>(1946)가 그렇다. 영화는 세계대전에 참여한 뒤 집으로 돌아온 군인들 이야기였다. 그들은 각기 전쟁 이전 삶으로 복귀하지만 적응하기 쉽지 않다. 심각한 전쟁 후유증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아웃사이더>는 <우리 생애 최고의 해>와 마찬가지로 ‘귀환’ 모티브에 집중하고 있다. 지옥 같은 전쟁을 경험한 뒤 귀환한 병사에겐 진정한 휴식이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인디언 청년 아이라는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군대에 자원한다. 그는 해병대에 입대해 신병훈련소로 보내진다. 이곳에서 아이라는 외로운 상황에 처한다. 인디언이라는 이유로 상사는 유독 그의 행동에 엄격한 제한을 둔다. 훈련 과정 역시 고되기만 하다. 아이라에게 유일한 벗은 동료 짐 소렌슨이다. 1945년, 전장에 함께 배치된 짐과 아이라는 우연한 기회에 사진기자 모델이 되어 명성을 얻게 된다. 사진이 최고의 기록사진으로 평가받으면서 아이라는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아웃사이더>는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나가는 영화다. 내러티브는 복잡하지 않고, 디테일이 눈에 띄게 화려한 편도 아니다. 정직하고 단순한 장르영화다. 영화는 짐과 아이라가 사진모델이 되어 본국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을 정점으로 하강하기 시작한다. 짐은 목숨을 잃고, 아이라는 친구를 잃는다. 고향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아이라는 이전의 생활을 할 수 없다. 군인사회에서 그는 여전히 인디언을 향한 푸대접에 시달리고 인디언 공동체에서 소외당한다. 아무 곳에도 마음 기댈 곳이 없어진 아이라가 갈 길은 뻔하다. 술이다. 망각이다. 만취한 그는 전장 대신, 지친 몸을 거리의 아스팔트에 눕힌다. 이같은 추락과정을 통해서 <아웃사이더>는 반전의 목소리를 무의식적이라 할 만큼 서서히 높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델버트 만은 1950년대와 60년대에 주목할 만한 영화를 만들었다. 대표작은 유진 오닐의 원작을 영화화한 <느릅나무 밑의 욕망>(1958)과 <마티>(1955) 등이다. 멜로드라마와 코미디가 델버트 만이 솜씨를 과시했던 분야였으며 록 허드슨이나 소피아 로렌, 앤서니 퍼킨스 등의 배우가 델버트 만 감독 아래에서 연기경력을 쌓기도 했다. <아웃사이더>에서 델버트 만 감독은 특유의 말끔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빼어난 수작이라고 치켜세우긴 어렵지만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어느 싸늘한 영혼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될 수 있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