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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Review] <외계의 제19호 계획>/<유통기한>/
이다혜 2003-04-01

<외계의 제19호 계획>

자전거를 타던 초등학생 3명이 깡패 고등학생들에게 쫓기게 된다. 그들을 피해 우연히 어느 음침한 폐건물 안으로 들어선 이들은 곧 미라, 드라큘라 백작,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처녀귀신과 맞닥뜨리고 그들의 포로가 된다.

조르주 멜리에스에게 바친다는 헌사가 붙은 이 영화에는 기본 줄거리에서나 몇몇 대표적인 장면에서나 확실히 영화를 통해 판타지를 선보일 수 있음을 처음으로 시사한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에 대한 오마주가 드러난다. 흑백 화면에 대부분의 대사는 무성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소리없는 영상 뒤에 나오는 자막 화면으로 처리되며 간간이 쓰인 저속촬영으로 인물들은 초기영화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실제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그러나 추격신에서의 핸드헬드 영상과 곳곳에서 쓰인 사운드 효과 등으로 영화는 속도감을 가지며, 외계의 악당들로 묘사된 대표적인 공포영화의 등장인물 넷이 디스코 리듬에 맞춰 선보이는 뮤지컬 또한 의도한 듯한 엉성한 후시녹음의 효과를 역으로 누리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엉성하지만 재미있는, 단편에서는 보기 힘든 색다른 판타지로 몰고 간다. 처녀귀신으로 등장하는 문소리의 캐릭터 연기와 노래도 주목할 만하다.

<유통기한>

시대와 장소를 알 수 없는 어느 터널에 사는 과학자 할아버지에게 커다란 철제통이 배달되어 온다. 그 안에는 탯줄로 연결된 채 잠든 한 청년이 들어 있다. 할아버지는 그에게 순호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둘은 아버지와 자식처럼 지내지만 곧 순호의 몸에 변화가 생긴다.

통조림 속에 든 채 배달된 생산공정에서 인간은 제조된 인간이지만, 단순히 인간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아니라 생각과 감정을 가진 인격체이다. 그러나 아버지와 자식처럼 묘사된 둘은 실상 소비자와 구매된 대상이기에 주인과 주인의 소유물이라는 관계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유전자 지형도에 대한 지식이 세분화될수록 인간이 상품이자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성은 점점 커짐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할아버지는 순호의 몸에 생기는 부패의 흔적을 눈치채고, 상품규정에 쓰인 조항에 따라 그는 ‘교환 가능한 상품’으로 서술된다. 그간 순호와의 사이에 있었던 친밀한 감정들에 상관없이 그를 바꾸는 할아버지의 행위는 대상이 인간이라는 것을 빼면 사실 일주일 전에 산 강아지가 알고 보니 건강하지 않아서 바꾸는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과 감정의 상품화와 그 취미생활의 유통기한을 비틀어 이야기하는 이 작품은 충분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이야기 자체의 독창성과 묘사력에서도 힘을 가진다.

<cage>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된 직후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짓는 유전자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평범한 남자가 이 유전자 도식의 실험대상으로 주목되어 납치되고 밀폐된 공간에서 알 수 없는 실험을 받으며 변해간다.

영화는 실험이 진행된 지 1년이 다 된 시점에서, 남자가 거의 야수의 형상과 행위를 할 때부터 시작되어 역으로 그 과정들을 추적해나간다. 마치 <큐브>를 연상시키는 이상한 공간에 왜 하필 자기가, 이 알 수 없는 실험의 대상이 되어 붙잡힌 것인지도 모르는 채 남자는 변해간다. 실험의 구체적인 내용과 진행은 밝혀지지 않지만 아마도 cage라는 그 공간은 인간이라는 종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서서히 박탈해가는 공간일 것이다.

실험과정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나 정부의 음모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전혀 없이 영화는 남자의 외적변화와 심리 묘사를 주로 조명의 빛과 이미지에 의존하여 제시한다. 인간다움과 인간답지 않음의 차이는 과연 어디에 위치하는가? 영화는 끝까지 이 물음에 대해 다소 모호한 입장을 취한다. 어쩌면 그 해답를 알고자 하는 비인간적인 시도들이 가장 처절한 야만성의 상징인지도 모르겠다.손원평/ 영화평론가 thumbnail@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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