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체제에 할퀴인 '생채기'
내달 2일 개봉, 동독 배경 좌파테러리스트의 좌절
2000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의 <리타의 전설>은 분명 최고의 논쟁작이었다. “50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라는 찬사와 “”분단기 동독을 비하했다”는 비판이 맞붙었다. 영화제는 최우수 유럽영화상과 두 개의 여우주연상을 수여함으로써 논쟁을 마무리했다. 시나리오를 쓴 볼프강 콜하제는 통일 전, 동독영화계에서 활동하던 사람이었다.
이런 진용으로 슐렌도르프가 하려던 이야기는 분명하다. 인간의 이상이 현실의 정치와 체제 속에서 어떻게 상처를 입는가. 리타(`옛서독' 배우 비비아나 베글라우)는 70년대의 좌파 테러리스트다. 경찰에 쫓기게 되자 동독의 비밀경찰 슈타지의 보호에 들어간다. 친구들은 제3국을 택하는데, 리타는 동독에 남기로 한다. 그러나 동독은 테러금지협정에 가입한 상태라서 리타를 공식적으로는 품어줄 수 없다. 슈타지 요원 에빈은 그에게 수잔나라는 새로운 이름과 삶을 제공한다. 그 보호작전이 `리타의 전설'이다.
수잔나는 이제 동독 작은 도시 날염공장에서 평범한 여공으로 위장한다. 거기서 얻은 친구 티탸나(`옛동독' 배우 나쟈 울)와 우정이 깊어질 즈음, 그의 정체가 탄로됐음을 눈치챈 그녀는 다시 그 곳을 떠나야 한다. 사비나라는 캠프관리교사로 두 번째 새 삶을 시작하는데, 캠프에서 만난 물리학도 요한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요한은 사비나가 자신의 진실을 밝히는 순간 떠나버린다. 행동을 감행하게 해주었던 리타의 이상은 그렇게 비난받고, 버림받는다. 동독 자체도 마찬가지다. 희미하게 남은 것은 혁명의 향수 뿐이다. 친구 티탸나에게 동독은 장벽으로 둘러싸인 폐쇄사회일 뿐이다.
1989년 그 장벽이 무너진다. 서독은 동독에 보호 중인 테러리스트의 인도를 요구하고, 리타의 설 땅은 점점 좁아진다. 타탸나가 리타의 도피행에 동승하지만, 사실 그가 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 쓸쓸한 그 메아리만 남아 있다. 내달 2일 개봉. 안정숙 기자 nam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