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개봉할 <벤자민 프로젝트>(원제 All About the Benjamins)는 우리나라에도 불어닥치기 시작한 `로또 열풍'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마이애미의 사립탐정 버쿰 잭슨(아이스 큐브)은 대형 사건을 멋지게 해결한 뒤 독립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삼류 건달 레지 라이트(마이크 엡스)는 사기 행각으로 푼돈을 벌면서도 매주 복권을 사는 일을 잊지 않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생 역전'을 노린다는 것.
버쿰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던 레지는 한 승합차 짐칸에 몸을 숨긴다. 이 차는 다이아몬드를 탈취하려던 갱단의 소유. 특유의 기지와 허풍으로 갱단의 소굴에서 간신히 도망쳐나온 그는 집에서 TV를 보다가 오늘 슈퍼마켓에서 산 복권이 1등에 당첨됐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 날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6천만 달러짜리 복권이 든 지갑을 차에 흘리고 온 것이다. 지갑을 찾기 위해 돌아가려던 레지는 버쿰의 손에 붙잡히고 만다. 버쿰은 레지가 복권에 당첨됐다는 말에 코웃음을 치지만 금세 대형사건의 냄새를 맡고 수사에 나서기로 한다.
물과 기름 같은 성격의 두 사람을 짝패로 내세워 폭력조직과 대결하게 하는 줄거리의 형사 버디무비는 할리우드의 단골 소재. 그러나 천적이자 앙숙인 레지와 버쿰이 콤비를 이루는 모습은 관객이 보기에도 조마조마하다.
버쿰 역을 맡은 아이스 큐브는 힙합 가수로도 활동하는 재주꾼. 레지 역의 마이크 엡스는 클럽 코미디언 출신이다. 지명도나 용모로 따지자면 스타성이 다소 부족하지만(흑인 콤비라는 것도 흥행상 대단히 불리한 요인이다) 그런대로 무난한 연기력과 매끄러운 팀워크를 과시했다.
이야기 전개에도 짜임새가 다소 엉성한 듯하면서도 결정적인 흠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자동차 추격 장면, 대전차포로 트럭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폭파 장면, 초고속으로 바다를 질주하는 보트에서의 격투 장면 등 CF와 뮤직비디오에서 두각을 나타낸 케빈 브레이 감독의 연출 솜씨가 돋보이는 대목도 많다.
영화 제목의 벤자민은 100달러짜리 지폐에 초상이 그려진 미국의 3대 대통령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을 가리키는 말로 큰 돈을 뜻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5분.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