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새 영화] <레전드 오브 리타>
2003-03-24

다음달 2일 개봉하는 영화 <레전드 오브 리타>는 '당시 현실 그대로'라는 엔딩 크레디트의 자막처럼 서독의 적군파 테러리스트 잉게 비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긴 시간을 거쳐 전개되는 스토리는 짜임새가 있어 긴장을 놓기 힘들 정도며 실화라는데서 오는 사실감은 관객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줄 만하다. 폴커 슐뢴도르프 감독이 <양철북>에서 보여줬던 예의 날카로움과 강렬함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반갑다.

70년대 분단된 독일. 리타(비비아나 베글라우)는 애인 앤디의 영향으로 서독에서 적군파로 활동한다. 은행강도에 폭탄테러, 납치 인질극 등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거칠 것이 없던 리타는 동료들과 함께 감옥에 갖힌 앤디를 구하던 중 교도관과 변호사를 살해하고 동독의 비밀요원의 도움을 받아 프랑스로 피신한다.

파리에서 일행은 점점 나태해지고 리타는 앤디의 사랑이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리타는 자신의 신분을 알아차린 현지 경찰을 총으로 죽이게 되고 동독 비밀경찰은 리타에게 동독 내에서 다른 이름과 신분으로 살아갈 것을 제안한다.

제안을 받아들여 염색공장에서 일하는 '수잔나'로 변신한 리타. 헤어스타일도 바꾸고 새로 만든 과거도 암기하며 새 인생을 살아가던 그녀는 그곳에서 자신과 반대로 서독을 동경해하는 동료 타탸나(나쟈 울)를 만난다. 타탸나와 우정을 나누며 안정된 생활을 사는데 만족해하던 그녀에게 어느날 또다른 삶을 '암기'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주변 사람들이 그녀의 진짜 과거를 눈치채게 된 것.

리타는 제대로 작별인사도 못하고 또다른 곳으로 향하고, 캠프관리교사 '사비나'로 새 삶을 살게된다. 그녀는 캠프에서 만난 물리학도 요헨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만 감춰둔 과거는 그녀의 삶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어느새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영원할 것 같던 독일의 분단이 해소되자 서독측은 동독측이 숨겨준 테러리스트들을 넘겨줄 것을 요구한다. 이젠 동ㆍ서독 어디에도 리타가 머물 곳은 없게 된 것. 리타는 또 다른 삶을 위해 탈출하기로 하고 국경지대로 향하는데… 뉴스를 통해 앤디의 죽음을 접한 리타가 슬픔을 날려버리듯 쾌활하게 춤을 추는 모습이나 리타가 영화 마지막에 검문소를 무단통과하다 총을 맞고 힘없이 쓰러지는 장면은 감독 특유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영화의 압권.

주연여배우 비비아나 베글라우와 나쟈 울은 이 영화로 2000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제목중 '레전드'는 독일 경찰의 비밀용어로 신분조작을 뜻하는 말. 백두대간의 54번째 개봉작으로 광화문 시네큐브에서만 단관 개봉한다.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01분.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