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딸의 사고가 부모와 사윗감 슬픔딛기
질투였을 것이다. 그 남자가 카페에 앉아 있던 여자를 쏜 이유는. 그리고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이유로 젊은 다이아나가 살해됐다. 장례식은 끝났다. 결혼식을 눈앞에 둔 딸을 잃은 벤(더스틴 호프먼)과 조조(수잔 새런든) 부부는 슬픔에 대처하는 방법이 달랐다. 남편은 부동산 중개업을 다시 시작하며 일로 슬픔을 덮으려 하고 아내는 외부의 위로조차 거부한다. 그나마 그들에겐 딸의 약혼자(제이크 질렌할), 사윗감이 남았다. 딸을 대신할 아들로 그를 곁에 붙잡아두고 싶어하고, 젊은 조는 그 손길을 떨치지 못한다. 사실은 결혼 직전 두 사람은 헤어지기로 했다는 비밀을 안은 채.
어쨌든 불발된 결혼식 청첩장이 또 남았다. 조는 배달을 기다리는 청첩장들을 회수하러 우체국으로 향한다. 그곳에도 또다른 과거가 있다. 우체국 여직원은 베트남 전쟁에서 실종된 애인을 기다리며 산다. 밤이면 애인이 운영하던 바를 지킨다. 그렇게, <문라이트 마일>의 배경은 70년대 미국이다.
이런 인물들을 등장시킨 영화가 달변일 리 없다. 아주 조심스럽게, 경건할 정도로 예의바르게 상처와 슬픔과 분노를 조사한다. 그래서 인물들 속 마음의 움직임이나 동작 하나하나가 깊은 밤 바스락거리는 소리만큼 울림이 크다. 죽기 직전 딸이 할 얘기가 있다며 만나자고 했어, 내가 제 시간에 그곳에 닿았던들 애를 잃는 일은 없었을 텐데. 아버지는 회한에 차 있고, 어머니는 조와 딸 사이에 무슨 일인가가 있었을 거라는 것을, 그리고 조에게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들을 봉합하는 건 살인범의 재판이다. 그에게 사형이 선고된다면 다이아나도 편히 눈을 감을 거라고 변호사(홀리 헌터)는 말하고, 그들도 그 말을 위안으로 삼는다. 사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다이아나를 법정에 불러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약혼자를 잃은 조의 절절한 증언이 필요하다고 변호사는 충고한다.
그러나 감독 브래드 실버링은 비극을 극복하는 길은 그같은 복수가 아니라고 말한다. 죽음을 선동자료로 삼지 말자고 말한다.
<문라이트 마일>과 함께 찾은 지난 베를린 영화제 때, 9.11의 비극을 빌미로 전쟁을 획책하지 말라고 부시를 질타하던 더스틴 호프먼의 발언이 영화 위에 겹쳐진다.안정숙 기자 nam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