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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분교로 간 불량선생 <선생 김봉두>
2003-03-21

좌천된 악질교사 첩첩산골 탈출기

●28일 개봉 <선생 김봉두>

배우 차승원은 선생이라는 직업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듯하다. <세기말>의 퇴폐적 대학강사에 이어, 불량청소년보다 더 불량스런 체육교사로 나왔던 <신라의 달밤>은 관객들에게 배우 차승원이라는 직함을 뚜렷이 각인시켰다. 그리고 초등학교 교사로 출연하는 개봉대기작 <선생 김봉두>에 이르러서는 ‘차승원에 의한, 차승원의 영화’라는 소개가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그가 연기하는 선생은 태극기를 보며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듯 학생들을 보며 참교육을 맹세하는 선생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선생 김봉두’는 <신라의 달밤>의 깡패선생 박기동보다 더 문제가 심각한 인간이다. 학생들에게 통하는 그의 이름은 김봉두가 아닌 김봉투. 학부모들이 내미는 ‘봉투’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촌지교사로 그의 수첩에는 아이들 이름 옆에 집평수(강남 아파트는 특별표시까지!), 전·월세 상황까지 꼼꼼히 기록돼 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봉투에 무심한 엄마 탓에 운동장 10바퀴를 돌고 실신한 아이 때문에 열받은 부모가 학교에 와서 난동을 부리자 그는 강원도 첩첩산골의 분교로 좌천된다. 두당 기십만원으로 환산되던 학생 수 불과 5명. 자구지책으로 아이들에게 편지봉투를 직접 안기며 아무리 암시와 복선을 줘도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선생님, 우리 선생님”만 찾는다. 어찌할 것인가. 이 재난상황을.

<선생 김봉두>에서 차승원은 과연 이 사람이 한때 이름날리던 모델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락없는 선생의 모습이다. 여전히 인상을 구기며 관객들의 배꼽을 잡게 만들지만 <신라의 달밤>이나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 특사>에서 언뜻언뜻 튀어나오던 ‘오버’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 <선생 김봉두>는 악질교사가 아이들의 진심에 감화돼 좋은 교사로 거듭난다는 평범한 이야기지만 차승원의 좋은 연기와 무난한 연출력 덕에 한편의 귀여운 동화로 완성됐다. <어바웃 슈미트>처럼 배우 한사람의 역량에 많이 기대면서도 차승원으로 인해 아이들의 존재감이 가려지지 않은 건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이다.

김봉두의 폐교 음모에 말려들지 않고 꿋꿋이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다섯명의 아이들은 “선생님, 다음 시간은 무슨 수업이래요” 천연덕스러운 강원도 사투리로 관객들에게 따뜻한 웃음을 전한다. 강원도 시골아이들을 캐스팅했나 싶을 정도지만 촬영 두달 전부터 외국어 배우듯 훈련한 연기다. 아이들의 옆자리에서 가나다라를 배우는 노인 변희봉의 연기도 웃음과 눈물 사이에서 영화가 균형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영화를 촬영한 연포분교는 강원도 영월에서도 산을 두개나 더 넘어 구비진 외길을 한참 들어가야 하는 곳으로 실제 재작년에 폐교된 학교다. 강원도 산골아이였던 장규성 감독의 어릴 적 기억이 많이 녹아들어간 영화이며 <재밌는 영화>에 이은 그의 두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28일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첫 원맨밴드 부담 컸다"

●코믹연기 물오른 차승원씨

백마 탄 왕자에서 코믹 캐릭터로 변신함으로써 배우 차승원은 `구원'을 얻었다. <신라의 달밤>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 특사>로 차승원은 과장과 왜곡을 능란하게 구사하는 경지를 보였다. <선생 김봉두> 역시 그 2기 차승원 연기술의 연장선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코미디로 출발해 인간성 재발견으로 발전해가는 영화 속에서 그는 코미디적 과장의 바탕에는 그걸 뒷받침해주는 탄탄한 인물데생 실력이 자리잡고 있었음을 과시한다.

-차승원 원맨밴드처럼 보이는 영화인데, 부담 없었나.

=있었지. 그 동안은 둘이 먹는 영화들(이성재, 김승우, 설경구와 함께하는)이었는데, 이건 혼자 먹는 영화라서.

-<세기말>에선 대학강사, <신라의 달밤>에선 고등학교 교사, 이번에는 초등학교 교사다. 교사라는 직업에 어떻게 접근했나.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에는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한 사람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나에 초점을 뒀다. 사실 김봉두 선생은 나 같은 사람이다. 착하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순진하기도 한, 모든 것들이 그 안에 들어 있는 대부분의 보통사람이라는 뜻이다.

-후반부 보니까 멜로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멜로영화는 안 할 건가.

=코미디가 영화의 전부는 아니라지만, 좀 편들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자, 홀어머니를 모시는 두 아들이 있다 치자. 큰형은 대학 가기 위해 재산을 축내고, 중 2 때 집나간 둘째아들은 집에 돈을 부쳐준다. 큰형도 그 돈으로 공부를 한다.(…) 영화는 산업이다. 관객이 없는 영화는 있을 수 없다.

-앞으로 계획은

=28일, 이 영화 개봉 때까지는 손을 못 놓을 것 같다. 그 다음에는 지금까지 들어온 시나리오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안정숙 기자 nam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