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페지운동 교수가 사형당하기 3일 남았다
텍사스 오스틴 대학의 지적이고 젊은 철학교수이자 ‘데스워치’의 회원으로 열렬한 사형제도 폐지운동가였던 데이비드 게일(케빈 스페이시). 바로 그 자신이 지금 사형 집행을 사흘 앞두고 있다. 움직일 수 없는 증거들이 있다. 교수시절 제자를 성폭행했던 혐의가 있고, 알콜중독에 술만 들어가면 성질이 불 같아지며, 무엇보다 성폭행당한 뒤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 콘스탄스(로라 리니)의 몸에서 그의 정액이 나온 것이다.
앨런 파커 감독의 <데이비드 게일>(원제 The Life of David Gale)에서 관객들은 게일이 마지막 사흘 동안 인터뷰 상대자로 지목한 기자 빗시(케이트 윈슬렛)와 함께 감독이 짜놓은 스릴러를 따라간다. 게일이 절망에 빠졌을 때 유일한 위로를 주었던 평생의 친구, 콘스탄스를 정말 그는 죽였을까. 무엇보다 이 둘은 주지사를 위시한 우익세력에 맞서며 확고하게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해오던 활동가들이다. 빗시가 그의 무죄를 직감하며 마침내 결정적 증거를 발견하고 길게 뻗은 도로를 뛰는 동안, 시계바늘은 처형시각을 향해 쉬지않고 움직인다.
<데이비드…>의 주장은 올바르다. 그런데도 이야기는 좀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리지 못한다. 그것은 ‘과연 인간이 인간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가 있는가’라는 근본적 문제(<데드맨 워킹>처럼)보다는, 이들의 사형제도 폐지주장이 무고한 사람들이 처형당할 확률이 높다는 ‘숫자의 정치학’에만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흑인 등 유색인종의 사형확률이 명백히 높다는 점이나 허점 투성이의 사법 시스템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신념을 ‘증명’해보이는 백인 주인공들의 마지막 반전 속에서 뒷전으로 밀리고 만다. 사형제도 폐지론자인 감독과 각본가, 배우들의 진심을 의심할 여지는 없지만. 21일 개봉. 김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