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이 막판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제75회 아카데미영화상(오스카상) 시상식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그러나 행사 도중 이라크전이 발발할 경우 오스카상 시상식은 전세계인의 관심 밖 행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오스카상을 주관하는 미국영화과학아카데미(AMPAS)와 할리우드는 23일 코닥극장에서 열릴 시상식을 앞두고 17일 극장앞 할리우드 블러버드와 하일랜드 애비뉴, 오렌지 에비뉴 일부 구간에 대해 교통통제에 들어갔다. 이는 세계 최대의 영화축제를 취재할 기자석과 야외 객석, 식전행사를 위한 무대설치 위한 부득이한 조치다.
미국과 영국, 스페인이 유엔 결의안을 철회했고 부시 대통령이 대이라크 최후통첩 시한이 종료한 뒤 이번 주중 바그다드에 집중포화를 퍼부을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올해 시상식은 일부의 우려대로 '현실과 동떨어진' 밤이 될 수도 있다.
1991년 걸프전, '9.11 테러'이후에도 행사가 강행됐듯 모든 행사가 예정대로 치러지진다. 그렇지만 전쟁이 터질 경우 주최측은 전세계 50억명 이상의 영화팬들을 모았던 과거 흥행기록을 유지하기도 힘들어진다.
일단 영화과학아카데미는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우려해 지난해 제74회 시상식 당시보다 약 3배 많은 700여에 달하는 경호인력을 가동하며 금속탐지기 배치와 도로통제구간도 두배로 늘리는 등 축제를 틈탄 '또 하나의 전쟁'에 대비한다고 일간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전했다.
로스앤젤레스경찰(LAPD)도 지난 주 창설한 국토보안국(HSB) 인력을 투입하고 경찰 특수기동대(SWAT), 소방국, 교통부, 캘리포니아고속도로순찰대(CHP), 연방수사국(FBI)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게 된다.
한편 해마다 오스카상에 앞서 수상자를 발표해 '방향타' 역할을 해 온 미국영화배우조합(SAG)는 지난 9일 뮤지컬 영화 '시카고' 주연배우 르네 젤위거에게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고 조연상, 최우수 앙상블 캐스트상도 이 영화에 몰아줘 다관왕 가능성을 예고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