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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가 프로잡는다?
김현정 2003-03-17

아르헨티나 배우들이 감독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에서 불거진 이들의 갈등은 비전문 배우들을 기용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아르헨티나영화의 경향 때문. 아르헨티나배우연합은 이 아마추어 배우들을 ‘논액터’(non actor)라고 표현하면서, 연기 개념을 모르는 사람들을 출연시키는 것은 캐스팅 비용을 낮추려는 수작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배우 에드가르도 니에바는 “사람들은 ‘논액터’가 연기를 잘한다고 말하지만, 진짜 배우는 그것보다 훨씬 잘할 수 있다”는 말로 이런 흐름을 주도한 뉴아르헨티나시네마를 공격했다.

물론 감독들도 할말은 많다. 리우데자네이루 슬럼가에서 영화 <신의 도시>를 찍은 페르난두 메이렐레스는 “프로페셔널한 배우들은 훌륭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브라질의 어떤 전문배우도 알지 못하는 세계에 기초하고 있다. 우리는 거리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 거리의 소년들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원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전문, 비전문 배우들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것은 감독들의 공통된 의견. 여기에 일부 소수 배우들도 “우리는 리허설도 거의 하지 않는다. 영화 제작조건 때문에 배우들은 캐릭터에 깊이 몰입할 수 없다”는 반성의 목소리를 보탰다.

이 논쟁 이면에는 직업배우들이 생존을 위협받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있다. 배우연합 대표 리타 테라노바가 아르헨티나영화에 출연하는 아마추어 배우 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그 증거. 눈앞의 위협에 떨고 있는 아르헨티나 배우들은 <자전거 도둑> 시절 이미 비전문 배우들이 스크린에 진출했다는 사실을 잊은 모양이다.

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