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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캔들> 이미숙
2003-03-17

"우리 아들이 태어날 때 4㎏였는데요. 걔를 머리에 이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무거워 죽겠어요."

13일 오후 남양주의 종합촬영소에서 만난 이미숙(42)은 머리 위에 쓴 '가채'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가채'는 조선시대 사대부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사치 문화의 상징. 연두색 저고리와 진 회색 치마, 가채머리 위 나비모양의 장신구까지 잔뜩 치장을 한 이미숙은 시원시원한 말투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설명했다.

"조씨 부인은 당시로 보면 요부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좀 '(잘)난 여자'죠. 현모양처와 요부 두 가지 모습을 같이 보여줘야 하는 게 어렵지만 매력적인 역이에요"

이미숙은 이 영화의 연출자인 이재용 감독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고래사냥>, <거리의 악사>, <겨울나그네> 등의 영화 이후 한동안 스크린을 떠나있던 그녀가 98년 이재용 감독의 데뷔작 <정사>를 계기로 성공적인 복귀를 이뤄낸 것. 이번 영화의 출연을 결심한 것도 <정사>의 촬영 중 감독에게서 우연히 <스캔들>에 대한 얘기를 듣고부터다.

"상당 부분 (감독을) 믿어요. 색의 조합으로 심리를 보여주는 방식이 기대가 갑니다. 문화나 성에 대한 개념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방식도 마음에 들고요. 궁중 사극이 아니라 상류층 양반의 문화를 보여주는 것도 처음 아닌가요? "

이미숙을 비롯한 출연배우들은 삼청각에서 조선시대 예절교육을 받았다. 교육 내용은 다도에서 걸음걸이, 인사하는 법, 손을 모을 때 어떤 손이 위로 가는지 까지 사대부들이 지켰던 예의 범절의 모든 것.

당시의 경험을 묻는 질문에도 시원시원한 대답이 돌아왔다.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난 것 같아요. 우린 성격이 급해서 그렇게는 못하겠더라고요. (차도) 그냥 마시면 될 것을 뭘 그렇게 헹궈내고, 우려내고…"

연기생활 24년차에 그동안 출연한 영화나 TV 드라마의 수도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의 베테랑 연기자인 그녀도 "연기는 하면 할 수록 힘들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해야죠. 전 재미없는 영화는 참여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 중 한 명이거든요. (영화를)기대하시는 분들은 절대 실망하시지 않으실 겁니다"

(남양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