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신순남 화백의 가족사 고통스런 민족사 투영
2003-03-15

일본 식민통치가 가혹해지던 1937년 스탈린은 일본과의 전쟁을 예상하고 연해주에 살던 한인들을 “일본의 스파이”라는 명목으로 마구 잡아들인다. 또 이들을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대규모 강제이주시킨다. 가축운반용 화물열차에 스무날 넘게 실려와 우즈베키스탄의 허허벌판에 내동댕이쳐진 사람들 가운데 10살짜리 소년 신순남도 있었다.

97분짜리 다큐멘터리 <하늘색 고향>은 부모 없이 자란 이 소년이 유일한 혈육인 여동생을 강제이주 직후 잃고 화가로 성장해 가슴 아픈 가족사와 민족사를 캔버스에 새겨넣기까지의 과정을 담는다. 여기에 소년 신순남처럼 체포와 기아, 전염병 등으로 가족들을 잃고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간직한 채 세월을 버텨온 한인들의 ‘유랑기’가 포개진다.

신순남 화백의 가로 44m, 세로 3m의 거대한 연작그림 <레퀴엠>은 이 모든 과정을 축약한 <하늘색 고향>의 밑그림이다. 90년대 이후 신 화백은 구소련 연방 전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레퀴엠>을 작업할 무렵만 해도 피맺힌 강제이주사를 기록한 그의 작품활동은 당국으로부터 탄압을 받았다. 그러나 자신을 키운 할머니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 채 작품에 매달린 그의 활동은 97년 첫 한국전시를 통해 국내에도 알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젊은 여성감독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스탈린에 의한 고려인 강제이주’라는 한줄로 기억되던 러시아 한인들의 고통스런 민족사가 생생한 증언으로 오늘에 이르러 구체적인 모습을 되찾게 됐다. 김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