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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만화 속 영웅 스크린에 <데어데블>
2003-03-14

시력 잃은 장애인 영웅, 폭력 앞세워 불의 응징

<데어데블>과 과 <헐크>, 지난해 리메이크되어 개봉된 <스파이더맨>과 함께 이 영화들은 모두 미국 만화출판사 마블 코믹스의 시리즈만화가 원작이다. 방사능, 유전자 조작물질 등 과학문명의 결과물에 접촉한 결과 그 캐릭터들은 보통사람의 형질을 때로 잃어버리고, 초인적 능력을 갖추게 된다. 세 신작 가운데(은 속편이지만) 올 맨먼저 소개되는 <데어데블>의 매튜 머독(벤 애플렉)은 국내에선 다른 초인들보다 조금 덜 알려진 인물이다. 감수한 희생은 가장 크다. 어릴 적, 갱조직의 하수인으로 빚진 사람들을 협박하는 아버지를 목격하고, 충격을 받아 도망치다 화학물질 드럼에서 쏟아진 액체를 뒤집어 쓴 뒤 시력을 잃어버렸다. 반대급부로 얻은 건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의 개방, 그리고 뛰어난 운동과 무술실력이다. 뉴욕 고층빌딩 벽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린다. 물체와 사람에게 부딪혀 반사되는 파장을 재구성해 형상을 볼 수도 있다.

아버지는 아들의 사고 후 심기일전해, 권투선수로 재기한다. 4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다 일부러 져줘야한다는 조직의 승부조작 요구를 거절해 살해당한다. 그 주검 앞에서 매튜는 정의의 수호자가 되어 복수할 것을 약속한다. 그리고 뉴욕 빈민가 헬스 키친을 수호하는 변호사로 장성한다. 법정에서 정의실현에 실패하면, 밤에는 붉은 타이즈의 `데어데블'로 변신해 폭력으로 불의를 응징한다. 그런데 뉴욕 모든 범죄의 배후에는 킹핀(마이클 클라크 던컨)이 있다. 킹핀은 표창던지기의 명수 불스아이(콜린 패럴)를 동원해 매튜의 연인 엘렉트라(제니퍼 가너)의 아버지를 죽인다. 그는 킹핀과의 공동사업에서 투자분을 회수하려던 그리스계 부호. 엘렉트라는 슈퍼맨이나 배트맨의 연인들과 달리 어려서부터 무술을 연마한 강인한 여성이다. 매튜와 엘렉트라가 처음 만나 장난처럼 벌이던 무술 대련을 통해 교감하는 장면은 <데어데블>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데어데블이 우선 불스아이와, 그 다음 킹핀과 대결을 벌이는 것은 정해진 수순.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한데, 악의 묘사가 너무 단선적이다. 선을 대표하는 매튜 머독에겐 갈등을 부여했다. 약한 자를 괴롭히는 갱조직의 일원을 죽인 현장에서 마주친 그의 어린 아들 앞에서 “나는 나쁜 사람이 아냐”라고 변명하는데서 갈등은 고조될 듯도 하다. 그러나 `폭력으로 정의 구현'은 <데어데블>의 확고한 캐치프레이즈다. `장애인 영웅'이라는 매력적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것, 어쩐지 부시의 대이라크 정책을 보는 듯 하기도 하다. 감독 마크 스티브 존스. 21일 개봉.

안정숙 기자 nam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