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개봉하는 영화 <문라이트 마일>(원제 Moonlight Mile)은 영화답지 않은 일상의 에너지가 매력적으로 와 닿는 영화다. 결혼을 앞둔 한 여자가 살해당한 뒤 남겨진 사람들의 관계는 '이상한 것'들 투성이다. 사건 며칠 전에 파혼을 선언당한 청년은 이 사실을 밝히지 못한 채 약혼녀 가족과 같이 생활하고 딸을 잃은 부모는 태연한 척 일을 계속하며 사람들의 위로를 부담스러워한다. 약혼자가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것도 생뚱맞기는 마찬가지.
이 영화의 매력은 영화 속 청년의 말처럼 우리가 기껏해봐야 한 사람을 60% 정도밖에 모른다는 쉬운 진실에 있다. 픽션에 길들여진 관객의 예측에 영화는 한 걸음씩 벗어나 있다.
베트남 전쟁이 막 끝난 70년대 미국의 한 작은 마을. 조(제이크 길렌할)는 헤어진 약혼녀 다이애나가 갑작스런 사고로 죽게되자 그녀의 부모 벤(더스틴 호프만)과 조조(수전 서랜든)의 곁에 남는다. 조를 통해 딸을 잃은 아픔을 치유하려는 벤과 겉으로 냉정한 척하지만 집안 곳곳에서 딸의 흔적을 발견하고 괴로워하는 조조. 파혼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조는 그나마 딸이 남겨두고간 선물이다.
벤과 함께 새로운 일을 구상하며 다이애나의 흔적을 하나하나 거둬내는 조는 파혼 사실을 말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던 중 우체국 직원 버티(앨런 폼페오)를 만나게 된다. 버티는 베트남에서 행방불명된 연인을 3년째 기다리며 그가 운영하는 바에서 일하고 있다. 우연인 듯 필연인 듯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두사람. 조는 버티에게 점점 빠져가고 버티도 닫혀있던 마음을 열던 중 벤과 조조는 둘의 관계를 눈치채게 되는데…
약혼남 조 네스트역의 은 지난 연말 개봉했던 <도니 다코>로 알려진 배우. 이밖에 수전 서랜든이나 더스틴 호프만, 홀리헌터 등의 명배우의 과장되지 않은 연기도 놓쳐서는 안될 듯.
엘튼존, 밥딜런, 롤링 스톤즈, 데이비드 보위, 트래비스 등의 흘러간 팝송이 영화 전체를 흐르고 있어 올드팝의 팬들에게 반갑기만 하다. 제목 '문라이트 마일'도 '달빛 만큼이나 먼 거리'의 뜻으로 롤링 스톤즈의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
감독은 <꼬마유령 캐스퍼>, <시티 오브 엔젤> 등을 연출했던 브래드 실버링으로 약혼녀를 잃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고.
15세 이상 관람가. 117분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