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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단편영화] <창수의 취업시대>,<오락기 납치사건>
권은주 2003-03-13

하, 그땐 그랬지

추억의 영화를 다시 본다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독립영화에도 추억이라 불릴 만한 영화들이 있다. 영화아카데미 1기 졸업작품이며, 한국 단편영화의 초기걸작이라 불릴 만한 김의석 감독의 <창수의 취업시대>(16mm/ 1984년)가 그중 한편이다. 주인공은 신체건강한 20대 청년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직업도 없이 서울시내를 쏘다니며 소매치기를 일삼는다. 70년대 <바보들의 행진>의 청년들이 장발단속에 쫓겨 거리를 달렸다면, 이 영화에서 청년들은 지갑을 훔쳐 무작정 내달린다. 그들은 쫓기고 있지만 무언가 분출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핸드헬드로 촬영되었고, 그만큼 역동적인 화면을 볼 수 있다. 때문에 마지막의 흑백 스틸 컷은 더욱 큰 여운을 남긴다. 제작자가 된 안동규의 젊은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수확이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이현철 감독의 <오락기 납치사건>(DV/ 6mm/ 2002년) 역시 너무나 재미있는 작품이다.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컴퓨터 게임에 밤새는 줄 모른다. 하지만 잔돈푼이 생기면 동네 전자오락실로 직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오락기 납치사건>은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향수어린 코미디다. 영화는 오락기를 찾아가는 게임처럼 구성돼 있다. 목적지를 향해 하나하나의 관문을 통과하는 장면들이 꽤나 우스꽝스러우며 어떻게 관문을 돌파할까 궁금하게 만든다. 어린 시절 전자오락실에서 너구리와 방구차, 미스터 도, 야구왕 등을 해본 사람들은 기쁨이 두배가 될 것이다.

KBS 독립영화관 KBS2TV 3월15일(토) 새벽 1시15분 방송

조영각/ 계간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