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시골 마을의 ‘바이올린 신동’ 샤오천(탕윤)은 가난한 형편에 부인 없이 외아들을 키워온 아버지 리우청(리우페이치)의 유일한 자랑거리. 전국 콩쿠르에 참가하라는 통지서를 받은 부자는 그간 모은 돈을 털모자 속에 넣고 베이징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음악학교 교수 지앙(왕지웬)은 화려한 연주 테크닉 대신 감정이 실린 연주의 중요성을 샤오천에게 깨우쳐주지만 아버지는 지앙 교수가 아들을 ‘성공’시켜줄 사람이 아님을 깨닫고 대신 냉철한 유 교수(첸카이거)에게 샤오천을 맡기기로 결심한다.
■ Review
“힘있는 곡으로 부탁해!” 출산을 앞둔 산모 앞에서 한 소년이 바이올린 현을 울린다. 열세살 작은 남자아이의 손끝을 타고 흘러나오는 바이올린 선율은 생명의 탄생을 이끌어내기에도, 동네 사람과 아버지를 행복하게 만들기에도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돌아서 다른 세계를 향한 문을 열어버린 아버지와 아들에게 세상은 과거를 가난이라고 일깨우고, “재능은 재력보다 못하다”고 가르친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소년, 그리고 그의 성공을 갈망하는 순박한 아버지. TV 프로그램에서 본 실존부자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첸카이거의 <투게더>는 중국 개봉 때부터 흔히 <빌리 엘리어트>에 비교당하곤 했다.
특히 첸카이거의 조감독이 상하이의 한 콘서트장에서 찾아낸 1988년생의 소년 탕윤은 현재 상하이음악학원 부속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으로 영화 전체의 음악을 직접 연주하는 열의를 보였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점프하고 싶어 안달난 두 발과 뻗고 싶어 주체 못하는 두 손, 발레리노가 되기 위해 상기된 붉은 두 볼을 가진 소년은 없다. 그보다는 기구한 사연 때문에 아들을 반드시 휼륭한 바이올리니스트로 키워야 하는 아버지가 있고, 실패한 로맨스를 가슴에 품은 채 한심한 아이들의 레슨으로 돈벌이를 하는 냉소적인 교수가 있고, 오로지 연주자의 능력만을 중요시하는 성공지향적 교수가 있다. 이 3명의 어른들과 1명의 아이는 마치 4줄의 바이올린 줄처럼 영화를 연주하는 중심에 위치한다. 그러나 이 ‘현 위의 인생’들은 어느 하나 명쾌한 소리를 내지 못한 채 시종일관 먹먹한 소리를 들려준다. 감정은 쌓일 틈 없이 점프되고 캐릭터들은 적절한 화음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야기는 오로지 마지막의 눈물 한 방울을 위해 가열차게 흘러가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순간 역시 깊은 공명에 이르진 못한다.
무능력한 자신을 해고하고 ‘성공제조기’인 유 교수에게 아들을 맡기려는 리우청에게 지앙 교수가 묻는다. “원하는 게 휼륭한 음악가요? 아니면 부와 명예요?” 그리고 아버지는 미안한 얼굴로 “부와 명예”라고 대답한다. <투게더>는 적어도 감독에게 부는 갖다준 것같다. 서양인들의 입맛에 맞는 밥상만을 차려왔다는 비판을 들어왔던 첸카이거가 “중국 사람들의 삶으로 들어가”만들었다는 <투게더>는 지난해 10월 초 개봉해 베이징에서만 개봉 3일 만에 약 1억5천만원의 흥행수입을 올리면서 지난해 중국 내 자본으로 제작된 영화 중에서는 최고의 흥행수입을 거두었다. 백은하 luci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