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극장가에서 흥행수위를 달린 영화들이 대부분 ‘가족’영화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02년 미국 흥행순위 20위 안에 성인용 영화에 해당하는 R등급 영화가 단 한편도 들어 있지 않았던 것. 이는 지난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더욱더 화제가 되고 있다. 흥행의 주요 코드로 알려져 있는 섹스와 폭력이, 적어도 지난 한해 동안은 환영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는 북미의 극장 관계자들이 집결하는 행사인 올해 쇼웨스트(ShoWest)에서 미국 극장운영협회(NTOA)가 발표한 내용. “이러한 박스오피스의 결과는 영화의 스토리와 등급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가족영화는 흥행하지만 R등급 영화는 그렇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R등급 영화 중 최고의 흥행작은 에미넴 주연의 로, 전체 순위 21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이러한 결과는 가족 단위의 관객이 점차로 늘어나고 있으며, 또한 관객의 연령대가 점차로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같은 자리에서 미국영화협회(MPAA)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을 찾은 관객의 50%가 12∼29살 사이의 젊은이들이었다. 30대와 40대가 32%, 50대 이상이 17%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MPAA가 내놓은 2002년 영화계 결산내역 중에는 몇 가지 흥미로운 변화들이 보인다. 미국영화의 순제작비는 1년 전에 비해 25%가 상승해 작품 평균 5889만달러를 기록했지만, 마케팅비는 1.25% 하락해 3060만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연간 박스오피스도 95억달러로, 1년 사이 13.5%가 뛰어 지난 20년간 최고의 상승폭을 보였다. 고무적인 사실은 외국어영화의 관객도 1년 전에 비해 7.5%나 상승했다는 것. MPAA는 극장의 주요 관객이기도 한 10대와 20대들이 인터넷을 통해 영화를 불법 유포하고 관람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를 자제해줄 것을 촉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