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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나이아 바르달로스의 <나의 그리스식 웨딩>
2003-03-07

시끌벅적 결혼과정, 미 전역이 환호했다.

“우리가 철학을 할 때, 너희 조상은 나무를 탔다구.” 시카고에서 이름도 근사한 그리스식당 `춤추는 조르바'를 운영하는 그리스계 미국인의 민족적 자긍심은 하늘을 찌른다. 등교길의 딸들에게 상기시키기를 잊지 않는다. “그리스의 3대 발명은” 입을 모아 하는 대답, “천문학, 철학, 민주주의!” 딸들은 그리스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고 믿는 아버지의 딸 툴라가 앵글로 색슨 남자와 결혼을 하겠단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지긴 하는데, 신랑감 이안은 50명 대가족 집단의 일원이 되기 위해 야단법석 절차를 치뤄내야 한다. 이 시끌벅적한 결혼이야기 <나의 그리스식 결혼>은 2002년 할리우드 최대의 돌출 성공작. 영화는 주인공 툴라 역의 그리스계 카나다인 니나 바르달로스의 1인극이 원작이다. 14일 개봉.

툴라가 당신을 얼마나 닮았느냐는 한 영화잡지의 질문에 니나 바르달로스는 “바로 내 얘기”라고 대답했다. 니나는 그리스 이민 2세대고, 툴라처럼 뒤늦게 이안 고메즈라는 `기사'를 만났고, 이안은 영화속 이안처럼 그리스 대가족에 합류하기 위해 영세를 받고 그리스 정교도가 되었다. 모험심이야말로 현실과 허구의 두 인물의 공동자산. 툴라가 자기 삶을 개척하기 위해 식당을 벗어나 대학으로 갔다면, 니나는 캐나다를 떠나 로스앤젤레스로 떠났다.

그러나 `소수민족' 그리스계 배우에게 기회는 바로 주어지지 않았다. “네 얘기로 직접 연극을 하면 어때” 한 친구의 말에 되묻기. “무슨 얘기” “네 결혼 이야기. 얼마나 재미있는데.” 그렇지, 내 결혼과정의 문화충돌기는 털어놓기만 하면 파티장을 웃음으로 뒤흔들었지. 그래서 니나 바르달로스의 그리스식 결혼은 스탠드 업 코미디로 태어났다. 이것이 바르달로스 출세기의 제1장.

1인극의 관객 중에 톰 행크스의 아내 리타 윌슨이 있었다. 리타는 즉각 남편에게 이걸 영화화하자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한번 써보지, 라는 제안에 바르달로스는 대뜸 시나리오를 내놓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연극은 입소문이 나서 몇몇 영화사로부터 그런 제안을 받고 써둔 시나리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리스를 이탈리아나 히스패닉으로 바꾸자는 조건을 붙이는 바람에 “무슨 소리야”라고 거절을 해왔던 것. 그런데 리타에겐 그리스피가 반쯤 섞여 있었다. 그리스계, 당연히 원작대로 통과.

영화는 작게 시작됐다. 바르달로스가 받은 각본료는 5백 달러, 출연료는 15만 달러. 제작비는 5백만 달러였다. 감독으로 텔레비전 드라마를 몇편 만든 조엘 즈윅이 선정됐지만, 바르달로스에겐 캐스팅부터 음악과 편집까지 전과정을 주관할 수 있는 재량권이 주어졌다. 그리스계 배우들로 `들끓는' 촬영현장에서 그래도 유명배우는 이안 역의 존 코빗. 바르달로스와 코빗의 만남도 극적이다. “그리스식 결혼에 관한 영화대본을 받았는데, 맘에 들어 연락을 해보니 제작진이 미국에 없다는 거야.” 영화촬영 차 머물던 그가 친지에게 투덜대는 그 순간, 그 호텔 레스토랑에 바르달로스 일행이 앉아 있었다.

영화는 배급도 작게 시작됐다. 마케팅 예산이 1백만 달러.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보통 그 25배를 쓴다고. 대신 적은 수의 극장에서 상영을 시작해, 입소문과 웃음소리가 그곳에서 터져나오게끔 했다. 그리스계 미국인들의 지지는 없었냐고 웬걸. 이탈리아나 유태인 영화는 있었어도, 그리스인들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는 처음이라서 일대 소동에 가까운 열광이 터져나왔고, 그 환호는 미국 전역으로 전염되어 버렸다는 이야기.

남은 논란은 니나 바르달로스가 신데렐라냐, 미운 오리새끼냐 정도라 할까. <나의 그리스식 웨딩>은 지난 1월26일 현재 미국에서만 2억3천 88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기록했고, 바르달로스는 할리우드가 가장 탐내는 인물 대열에 올랐다. 지금, <코니와 카를라>라는 영화를 준비중이다.

안정숙 기자 nam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