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 새 것을 희구함
3월 독립영화관에서 첫 번째로 만나는 작품은 허진호, 유영식 감독의 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 <고철을 위하여>(1993년/ 16mm)와 폴란드 우츠국립영화학교에서 만들어진 김희정 감독의 <만남>(2000년, 35mm)이다. <고철을 위하여>는 중고차 브로커 ‘고철’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난한 그는 어려서부터 남의 물건으로 살아와 새것에 대한 욕심이 남다르다. 결혼할 애인 역시 순결할 것이라고, 순결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중고차를 팔고 있으면서도 새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아이러니처럼 단지 욕심일 뿐이다. 하지만 헌것이면 어떠랴! 쓰던 것도 잘만 손질하면 새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그는 중고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도입부 인터뷰에서 인물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며, 배우의 내레이션으로 극을 전개하는 방식 등이 맛깔스러운 이 작품에는 서민적인 정서가 물씬 풍겨난다.
<만남>에서는 배우 지망생 안나가 등장한다. 그녀는 떨리는 마음으로 오디션을 보지만 감독은 좀더 예쁜 배우를 원한다. 안나는 오디션에 떨어지는 대신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주는 친구를 만나는 행운을 누린다. 한번의 불행 뒤에 예상치 못한 행운이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훌륭한 배우가 될 것이다. KBS2TV 3월7일(금) 밤 1시15분 방송조영각/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