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신혼여행에서 파경에 이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행사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루 이틀 한 침대를 썼다가 한바탕 싸운 뒤 각자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신혼부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3월 7일 개봉하는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Just Married)(배급 20세기폭스)는 제목 그대로 막 결혼한 부부 한쌍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신혼 이혼' 문화의 원조 격인 미국 부부의 `밀월여행(실은 결별여행)' 풍습을 엿볼 수 있다.
첫 장면은 톰(애슈턴 커처)과 새라(브리트니 머피)가 베니스발 비행기에서 미국 공항에 내리는 대목이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부부답지 않게 서로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카트를 밀어 부딪히게 만들고… 금세라도 치고받을 듯 으르렁댄다.
이어 이야기는 이들이 처음 만나던 순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해변을 산책하던 새라는 톰이 던진 풋볼 공에 맞아 쓰러진다. 충격으로 정신이 나간 탓인지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는 부잣집 딸 새라는 평범한 교통방송 리포터인 톰에게 한눈에 반한다. 새라의 가족은 둘의 결합이 못마땅하지만 사랑에 눈먼 이들 앞에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톰과 새라의 사이는 유럽행 비행기에 탄 순간부터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기내 화장실에서 사랑을 나누려다 변기에 발이 끼어 곤욕을 치르고 알프스의 호텔에서는 정전 사고를 일으켜 쫓겨난다. 베니스에 도착해서도 소동은 끊이지 않는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톰과 예술 애호가인 사라는 가는 곳마다 의견 충돌을 빚어내고 급기야 새러를 사랑하는 피터(크리스천 케인)까지 날아와 결별을 선언하게 된다.
아무리 그래도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가 비극으로 끝날 수는 없는 일. 이후로도 몇번의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톰과 새러는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며 막을 내린다.
<돈 세이 워드>와 로 얼굴을 알린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깜찍한 마스크와 눈부신 금발만으로도 차세대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후보로 손색이 없다. 브라운관에서 `꽃미남'으로 이름을 떨친 애슈턴 커처의 준수한 외모도 스크린에서 빛을 잃지 않는다.
둘의 매력과 능청맞은 연기력은 미국 관객들의 갈채와 환호를 불러일으켜 지난 1월 둘째주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흥행 정상에 올랐다.
미국식 부부의 관습에 거리감이 느껴지고 젊은이 사이에 유행하는 농담이 잘 안와닿기는 하지만 유쾌하게 시간을 보내는 데는 크게 부족함이 없다. 예비 신랑 신부가 영화를 함께 보며 화면상으로나마 도상 신혼여행 연습을 치른다면 더욱 밀월여행이 즐겁지 않을까. 상영시간 95분.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