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스승의 사랑의 대가는‥
<엠퍼러스 클럽>은 <죽은 시인의 사회>와 마찬가지로 미국 상류층의 아들들을 위한 기숙학교가 배경이다. 그러나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이 `사회지도층'으로 가는 획일적 교육에 도전하는데 비해, <엠퍼러스 클럽>의 헌더트 선생은 미래의 지도자를 주조해내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상원의원의 아들 세드윅 벨이 나타나 수업분위기를 흐트리고, 친구들을 도색잡지와 일탈행위로 이끌기 전까지, 아마 이 선생의 삶은 마냥 행복했을 것이다.
에단 캐닌의 단편을 원작으로 한 <엠퍼러스 클럽>에서 헌더트 선생 역의 케빈 클라인은 로빈 윌리엄스의 키팅과 달리 10대 학생들의 가슴을 흔드는 극적 영웅은 아니다. 자신들의 학생들에게 역사가 기억하는 인물들이 되라고, 역사의 교훈을 새기라고 권면하는 성실한 역사교사일 뿐이다. 그런 그의 열의를 세드윅의 아버지는 무참하게 만든다. “내 아들의 인격형성을 하겠다는 생각은 말라. 그건 내가 한다”는 것이다.
헌더트는 이제 세드윅과 햇볕정책으로 대결한다. 그의 속에 잠재한 능력을 끄집어내려고 로마사에 관한 퀴즈쇼 형식의 `줄리어스 시저 경시대회'로 그를 유인하는 것. 여러 차례 시험을 거쳐 선발된 세 명의 학생이 이 대회에서 기량을 겨루게 되는데, 헌더트는 최종 후보 선발시험에서 4등을 한 세드윅을, 자신의 `작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후보군에 올려버린다. 그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는지, 인격형성이라는 교육의 목표는 뒤늦게라도 실현될 수 있는 것인지 헌더트는 25년 뒤, 성공한 세즈윅이 개최하는 시저 경시대회에 초대되어 최종확인하게 된다. 영화는 결국 평생을 교직에 바친 한 교사가 그 대가로 얻은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으로 끝난다.
마이클 호프먼 감독은 그 과정을 상당히 사실주의적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데, 영화는 과장도 격정도 없이 이 쓸쓸한 성찰과 자족의 순간을 향해 흘러왔던 것이다. 내달 7일 개봉.
안정숙 기자 nam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