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첫사랑 영원히 간직하다
외국에서 오랜 생활 끝에 돌아와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 인하(박해일)는 북클럽 동아리 회장인 희재(장진영)에게 ‘국화꽃 향기’를 맡는다. 인하에겐 20살 무렵 찾아든 사랑이 ‘영원’이라고 느끼지만, 희재는 그것을 ‘열병’이라고 부른다. 라디오 방송국 피디가 되어서도 9년 동안 간직한 사랑, 그 사이 당차던 희재는 약혼녀와 가족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어두운 세계에 잠겨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인하의 사연이 라디오를 통해 계속되면서, 마침내 희재 또한 인하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김하인씨의 베스트셀러 <국화꽃 향기>가 원작. 지고지순한 사랑과 짧은 만남 끝에 다시 이별이 준비되어 있다는 내용은 신파적 구조를 벗어나진 못한다. 희재가 마음을 돌리는 과정도 급작스럽다. 하지만 비교적 절제된 영상과 차분한 감성으로, 영화는 울음을 터뜨리게 하기 보다는 눈물 한줄기 조용히 흘러내리게 한다. 특히 이것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랑이라기 보다는, 젊은날의 아련한 추억으로 느끼게 하는 것은 주연배우들의 맑은 얼굴 때문일 것이다. 인하에 대해 애틋한 감정을 품으면서도 희재의 가장 좋은 친구로 남는 정란(송선미)의 캐릭터는 그림 같은 사랑 이야기에 사람의 온기를 불어넣는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영상과 음악. 동아리 회원들이 봉사활동을 펼치는 용초도의 풍경은 눈이 시리며 페리 코모가 부른 <산타루치아>는 자막이 올라가도 가슴에 길게 남는다. 28일 개봉.
김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