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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출신 문화장관 맞는 문화계
2003-02-27

영화감독 이창동씨가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27일 입각하자 영화계를 비롯한 문화예술계에서는 환영과 기대의 분위기가 넘쳐나고 있다. 88년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이래 처음으로 현장 문화예술인이 문화정책을 관장하는 부처의 수장을 맡는 것인데다 김한길 장관(소설가 출신이나 정치인 신분으로 입각)에 이은 두번째 40대 장관이어서 문화예술계 전반에 젊은 바람을 일으켜 줄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특히 현업 영화인들은 한국영화 시장점유율 상승과 잇따른 국제영화제 수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대규모 제작비 영화의 흥행 실패에 따라 침체에 빠진 충무로가 영화인 장관의 등장을 계기로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은 "지금까지 몇년 만에 영화를 처음 봤다느니 수십년 동안 연극 한편 안봤다는 인물을 문화부 장관으로 맞았는데 이씨의 입각 소식을 듣고 우리나라가 갑자기 선진국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면서 "이씨가 문화행정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영화계가 앞장서서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를 비롯한 문화관련 시민단체들의 기대도 크다. 지난 1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WTO 시청각분야 양허요청안 철회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문화 개방 반대운동에 동참해온 이씨의 취임으로 지금까지의 문화개방 정책의 기조가 급선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 16개 가맹단체는 이씨의 문화부 장관 임명에 대한 환영성명을 발표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양기환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 집행위원장(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이씨는 교육자로, 소설가로, 영화감독으로 문화현장을 두루 거친 인물이어서 소신과 함께 균형감각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 뒤 "정부 주요 부처를 설득해 문화에 대한 몰이해 풍토를 바꿔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씨의 입각은 보수 위주의 주류 문화계 풍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정부 시절 김명곤씨가 국립극장장에 발탁되고 최근 현기영씨가 문예진흥원장에 임명됐지만 아직까지 문화관련단체는 사실상 주류, 보수, 원로들의 독무대였고 운영방식이나 제도에도 관료적 분위기가 많이 남아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시영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직무대행은 "문화예술 현장을 직접 체험한 젊은 예술가가 문화예술계 전반에 역동적인 기운을 불어넣어줄 것"이라면서 "보수와 수구 중심의 문화 풍토를 일신하고 지금까지 변방에 머물러왔던 비주류 민족예술인들의 활동영역을 획기적으로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의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은 <오아시스>의 베니스영화제 수상으로 절정에 올라 있는 연출 감각이 무뎌질 것을 걱정하고 있고, 인간 이창동을 아끼는 사람들은 뜻하지 않은 구설수에 시달려 소설가와 영화감독으로 쌓아올린 명예가 한순간에 실추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일각에서는 행정이나 관리 경험이 거의 없는 그가 문화, 예술, 관광, 체육, 종교, 청소년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관장하며 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를 잘 아는 영화계 인사들은 이씨가 영화인회의 정책위원장을 맡으면서 영화계의 지략가로 인정받았다는 점을 들어 장관의 업무도 잘 해낼 것이라고 반박한다. 또한 이창동 감독의 평소 스타일로 보면 장관 자리에서 물러나는 대로 영화감독으로 복귀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몇년간의 공백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