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GO! 다섯 쌍둥이? 그게 누구야
케이블 애니메이션 전문채널 투니버스는 2월17일 지난해 방송된 3천여편의 애니메이션 중 시청률 톱10을 선정해 발표했다. 영예의 1위는? <GO!GO! 다섯쌍둥이>가 차지했다. 평균 시청률은 3.21%. <탑블레이드> <카드캡터 체리> <방가방가 햄토리> 등 쟁쟁한 작품들을 모두 눌렀다.
이 대목에서 부끄러운 고백을 먼저 해야겠다. 명색이 방송-만화-애니메이션 담당 기자인데, 처음 듣는 제목이었다. “기자 맞아? 모든 프로그램을 다 볼 수야 없겠지만, 돌아가는 상황이야 늘 체크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냐?”
변명이야 있다. 투니버스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빨라야 밤 9시, 그것도 아주 가끔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궁색하다. 재빨리 취재원 확보에 나선다. 9살 난 큰딸이 딱 걸렸다.
“혜정아, 이런 작품 알아?” “그럼, 되게 재밌어.”(안도의 한숨과 이어지는 미소) “뭐가 그렇게 재밌어?” “애들이 너무 웃겨. 특히 무슨 일이 생기면 홍이 머리가 이상하게 변하는 게 제일 웃겨.”(휴∼. 유능한 모니터 요원 덕분에 이번엔 그냥 넘어갈 수 있게 됐다.)
주인공은 색깔 닮은 고운 이름을 가진, 외모와 성격이 제각각인 초등학교 1학년생 다섯 쌍둥이다. 골목대장 하늘이, 노래 잘하는 예쁜이 보라, 안경 쓴 학구파 남이, 자다가도 밥 먹으란 소리에 벌떡 깨는 먹보 하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괴짜 홍이는 같은 학교 같은 반. 엄마, 아빠, 친구들과 함께 즐겁고 재미나게 하루를 보낸다. 물론 여기에 아기자기한 소동이 그치지 않는다.
‘개구리 대모험’ 편을 보자. 개구리라는 소리만 들어도 질겁을 하는 하얀이는 개구리 왕자님이 나오는 동화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내야 한다. 밤늦게까지 책을 읽던 하얀이는 자신이 개구리 소녀가 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개구리 왕자와 연못 세계를 탐험한 그녀가 느낀 것은 개구리가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 사람들에게 잡혀 죽게 된 개구리 왕자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날리던 하얀이는 꿈에서 깨어나고 비로소 개구리 콤플렉스에서 벗어난다. 왜 동물을 괴롭혀서는 안 되는지 하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깨닫게 하는 방법이 노련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꿈속의 개구리 왕자님이 하얀이의 책 속으로 들어가며 윙크하는 모습은 애니메이션에서만 볼 수 있는 백미.
‘아빠의 여자친구’ 편에서 남이는 우연히 젊은 여자와 만나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엄마 아빠의 이혼을 떠올린다. 이혼하면 쌍둥이들이 모두 헤어져 살아야 한다는 경험자(?) 친구의 이야기에 아이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아이들은 의외로 ‘이혼’이라는 말에 담긴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헤어져 살지 않기 위해 이들이 벌이는 소동은 우스워 보이지만 실은 심각하고 눈물겹다.
시리즈 마지막회 ‘신데렐라는 내 꺼야’에서는 부잣집 딸 유리의 잔머리 굴리기 대행진이 펼쳐진다. 유치원 학예회 시절 보라에게 망신당한 적이 있는 유리는 1학년 학예회가 열리게 되자 앙갚음을 꿈꾼다. 유리의 음모는 아이들의 순진한 생각과 뒤섞이며 선의와 악의가 뒤범벅이 된 연극 <신데렐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치닫는다.
실제 아이들의 눈높이를 철저하게 고려한 작품의 완성도는 시청률 1위가 공연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큰 매력은 쌍둥이들의 진지한 ‘연기’. 정말 심각해 보이는 이들의 표정이 시청자의 배꼽을 쥐게 한다. 일본에서는 2001년 5월 도쿄 TBS를 통해 주말 아침 프라임 시간대에 방영돼 호평을 얻었다.
“아이들은 공상판타지물 못지않게 어린이들이 나오는 <아따아따>나 <짱구는 못말려> 같은 가족 명랑물을 좋아합니다. 또래의 주인공들에게 쉽게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라는 게 홍보를 맡은 이영빈씨의 얘기다. 특히 어린이뿐 아니라 20대 여성과 30대 학부모들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받은 게 1위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투니버스는 <특집 앙코르-별들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시청률 톱10에 오른 작품을 2월28일부터 5주간 재방송한다. <GO!GO! 다섯쌍둥이>는 3월9일 오전 9시에 방송될 예정이다.정형모/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h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