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새 영화] <투게더>
2003-02-27

행복과 성공이라는 두 추상명사가 별개의 것이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살다보면 이 둘 사이에서 하나를 택해야 하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 영화 <투게더>(Together)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소년 '샤오천'은 연주자로서의 성공과 자신에게 헌신적인 아버지와 고향에서 함께 사는 행복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주인공 샤오천과 감독인 천 카이거가 둘 중 선택한 것은 행복.

마을 소식이 방송으로 나올 정도의 시골에서 홀아버지 리우청(리우 페이치)과 함께 살아가는 샤오천(탕윤)은 세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해서 다섯살 이후에는 지방에서 1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다. 잔칫집에서도, 출산 중인 산모에게도 샤오천의 바이올린은 가는 곳마다 인기다.

자식의 천재적인 재능이 가난 때문에 썩히지 않기를 바라는 아버지 리우청은 샤오천이 베이징에서 열리는 콩쿠르에 참가하게 되자 아예 베이징에 눌러 앉을 생각으로 짐을 꾸려 기차를 탄다.

베이징 역에 도착한 부자(父子)의 눈에 대도시의 모습은 신기하기만 할 뿐. 수많은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들은 길거리에 넘쳐난다. 게다가 샤오천은 이곳에서 첫 눈에 반할 만한 '누나' 릴리(천 홍)를 만나게 된다.

외곽의 한 낡은 집에 보금자리를 정한 부자. 하지만 샤오천은 콩쿠르에서 5위를 하는데 그치고 리우청은 비싼 레슨비에도 불구하고 콩쿠르에서 만난 지앙선생(왕 지웬)에게 아들을 맡긴다.

지앙선생은 다소 괴팍한 성격에 길잃은 고양이나 기르고 집 청소나 빨래도 하지 않는 성공과는 거리가 먼 인물. 하지만 샤오천은 지앙으로부터 '즐거울 때만 연주하라'는 가르침을 받고 감정이 실려있는 연주에 눈을 떠 간다.

샤오천이 눈을 떠가는 것이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릴리에 대한 첫사랑. 명품이나 밝히고 그다지 '방정'하지 못한 듯한 릴리는 샤오천에게 첫사랑의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다.

한편, 지앙 선생도 그다지 탐탁지 않고 샤오천이 릴리와 어울리는 것도 걱정스러운 리우청은 지앙을 해고하고 유명 선생인 '유교수'(천 카이거)에게 샤오천을 맡긴다.

이제 유교수의 집에 들어가 생활하게 된 샤오천은 유교수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고 결국 세계대회에까지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데…

영화는 비교적 단순한 줄거리에 '성공이냐 행복이냐'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묻고 있지만 감독의 연출력은 116분이라는 짧지 않은 상영 시간 동안 관객들을 영화 속에 빠져있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 같다.

힘이 넘치는 캐릭터에 영화 전반에 걸쳐 흐르는 바이올린 음악, 따뜻한 웃음에 감동을 느끼게 하는 소품 등으로 몰입해서 영화를 보다보면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갈 때쯤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발견할 관객들도 많을 듯 하다.

샤오천이 연주하는 바이올린 선율을 타고 연주회장과 베이징역 두 장소를 오가는 교차 편집이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은 영화의 압권.

릴리역의 천홍은 천카이거 감독의 실제 부인이며 주인공 샤오천 역의 탕윤은 상하이 음악학원 부속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라고.

김형구 촬영감독이나 이강산 조명감독, 디자이너 하용수 등 한국 스태프들이 영화에 참여했으며 다음달 14일 중국을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처음 개봉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