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가 시텔 섬에 있네!
노란 뱀에게 물린 어린 왕자가 도착한 곳은 장미가 기다리고 있는 소행성 B612호가 아니라 어떤 섬이었다…, 라고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수호요정 미셸>이다. 동화 같은 이 애니메이션은 오는 5월 말 KBS2TV에서 방영예정인 26부작 시리즈다. 주인공은 어린 왕자를 연상케하는 미셸. 신비한 능력을 지닌 미지의 소년이다. 실제 나이는 물론 어떻게 이 섬에서 살게 됐는지 아무도 모르는 것을 보면 진짜 어린 왕자일지도 모른다.
무대는 전설과 신비의 섬 시텔. 기계 문명의 첨단을 걷고 있는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한번도 외부인의 발길이 닿지 않은 태고의 자연이 있는 곳이다. 평화로운 이 섬은 자연을 조절하는 요정들의 안식처였다.
그러나 영원한 미지의 세계는 없는 것일까. 최첨단 과학 무기로 무장한 도적 블랙해머단이 우연히 시텔 섬을 발견하고 만다.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세계를 발견한 이들은 요정들을 인간세계로 데려오고, 덕분에 이들의 정기로 유지되던 섬은 황폐해지고 만다.
전설의 섬은 사라지고, 요정들이 죽을 것 같은 절망의 순간, 다행히 아직 희망은 있었다. 섬에는 소년 미셸과 요정 몇몇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들의 임무는 섬을 복원하고 인간세계로 잡혀간 요정들을 데려오는 것. 미셸의 험난한 모험은 그렇게 시작되는데…. 여기에 블랙해머단을 쫓는 인간 소녀 킴이 가세, 화마다 요정들의 힘을 이용해 보물을 훔치려는 블랙해머단과의 대결이 펼쳐진다.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와 DR 디지털, 일본의 매드 하우스가 함께 만드는 <수호요정 미셸>은 2002년 KBS 공모전 당선작이다. 첨단 과학의 세계와 천혜 자연의 세계를 축으로 움직이는 이 이야기는 자칫 ‘환경’을 중시하자는 계몽적인 스토리가 될 위험을 동화적인 감수성으로 호기롭게 피해갔다. 밝고 예쁜 색감과 요정이라는 코드도 동화적인 느낌을 주는 데 한몫한다. 기본적으로는 2D로 진행되지만, 정교한 배경과 3D로 제작된 메커닉이 시각적 효과를 높여줄 것이라고 기획사인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는 자신있게 밝힌다.
<카드캡터 체리> <메트로폴리스>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매드 하우스 스탭들이 연출을 담당하고,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DR 디지털이 제작을 담당하는 <수호요정 미셸>은 한국과 일본 시장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기획사인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 역시 전신인 금강기획 시절부터 TV 시리즈를 기획해온 곳이니 각 분야에서 ‘최고’라고 자부하는 곳이 모인 셈이다. 결과가 기대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그동안 적지 않은 곳에서 그래왔듯, 제작 주체가 많은 탓에 의사소통에 시간이 걸리고 진행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동화 같은 감수성과 역동적인 모험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수호요정 미셸>. 기울어지기 쉬운 균형 관계 속에서 긴장을 유지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때로는 감성적으로,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메커닉물로, 이 작품이 보여주는 모습은 꽤 여럿일 것 같다.
새롭게 떠오른 율도국 시텔 섬. 어쩌면 비행 도중 행방불명된 생텍쥐페리도 거기 살고 있을지 모른다.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오아시스를 숨기고 있기 때문인 것처럼, 이번에는 인간이 아름다운 이유,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를 미셸 일행은 찾아 나서는 것이다. 김일림/ 월간 <뉴타입> 기자 illim@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