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등장하는 독립영화는 대체로 두 성향으로 나뉜다. 순진무구한 어린이의 시선에 비친 동심의 세계를 보여주거나, 어린이조차도 위악스러운 세상에 물들어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주며 세상을 개탄하거나 동정을 보내는 경우이다. 독립영화관(KBS2TV 2월21일(금) 밤 1시10분)에서 방송되는 강만진 감독의 <비둘기>(35mm/ 2002년)는 후자에 속한다. 아이에게 동냥을 강요하던 아버지는 마약중독으로 객사하고, 병든 할머니는 집안에서 아무도 모르게 죽어간다. 아이의 시선은 오직 거리의 비둘기에게 맞춰진다. 세상에 갇힌 아이는 비둘기처럼 날고 싶어한다. 아이는 틈틈이 비둘기를 잡아 날개를 만든다. 하지만 도시에서 비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쥐일 뿐이다. 날개를 달고 날아도 그 아이가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비둘기>는 도시의 뒷그늘에서 버려진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우리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섬뜩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아이의 모습이 너무 자폐적으로 표현되어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이성태 감독의 <우리 아버지는 간첩입니다>(DV/ 6mm/ 2002년)에는 아버지의 모습이 등장하지 않는다. 때문에 간첩도 나오지 않는다. 자신의 아버지가 간첩이라고 믿는 국문과 대학원생은 신춘문예 정도는 우습게 당선될 수 있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간첩이기 때문에 조교 생활에 머문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신춘문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꿈이 존재하고 그것을 이룰 수 있지만 굳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지독한 자아도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때론 자아도취에 때론 자포자기 속에 살아가지 않는가? 조영각/ 계간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