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ster of Disguise, 2002년감독 페리 앤들린 블레이크출연 다나 카비, 제니퍼 에스포지토, 해롤드 골드제임스 브롤린, 브렌트 스피너 장르 코미디 (콜럼비아)
<마스터 오브 디스가이지>는 제목 그대로 ‘변장의 달인’을 말한다. 이탈리아 디스가이지 가문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비술이 있었다. 세상의 누구로든 깜쪽같이 변장을 하는 비술이다. 디스가이지 가문은 변장술을 이용하여 악당들을 물리치고 세계의 평화를 지켜왔다. 하지만 파브리찌오는 자신의 아들인 피스타치오가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원했고, 변장술을 가르치지 않았다. 피는 못 속이는 탓에 어린 시절부터 흉내내기를 즐겼던 피스타치오지만 일상에서는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는 푼수다. 어느 날 세계 최고의 보물을 훔쳐내려는 데블린 보우맨에게 아버지가 납치당하자 피스타치오도 용기를 낸다. 물론 혼자 하는 것은 아니고, 할아버지가 홀연히 나타나서 도와준다. 할아버지는 다락방에 있는 파브리찌오의 비밀 방을 찾아내서 피스타치오에 변장술을 가르치고, 조수로는 평소 알고 지내던 동네 꼬마의 엄마 제니퍼를 고용한다. 마침내 총 300단계의 변장술 중 1.5단계를 터득한 피스타치오는 데블린 보우맨의 파티에 잠입하기로 계획을 세운다.
<마스터 오브 디스가이지>의 주연이며 각본도 쓴 다나 카비는 존 벨루시와 애덤 샌들러 등 수많은 코미디언을 배출한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출신이다. <웨인즈 월드>가 큰 히트를 친 뒤 콤비였던 마이크 마이어스는 대형 스타로 성장했지만, 다나 카비는 <독안에 들어간 쥐> <탐정 포그와 애완견 애꾸> 등의 범작만을 내놓았다. 여전히 주활동무대는 TV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유명인으로 분장하여 관객을 웃기곤 했던 다나 카비는 <마스터 오브 디스가이지>에서도 다양한 인물로 변장한다. <스카페이스>에서 알 파치노가 보여준 건들거리는 과장된 연기나 <죠스>에서 로버트 쇼의 섬뜩한 표정을 재현하는가 하면 ‘거북이 맨’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알 파치노나 로버트 쇼 흉내내기도 대단하지만, 진짜 거북이처럼 생긴 얼굴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감탄할 만하다. 아버지 파브리찌오가 변장하는 유명인사인 제시 벤추라, 제시카 심슨, 스티브 존슨 등은 직접 카메오 출연했다.
<마스터 오브 디스가이지>는 TV쇼에서 보여주던 유머를 반복하는 정도로 그친다. 마이크 마이어스가 영화적인 요소와 독창적인 개그를 융합하여 핵폭발을 일으키는 반면, 다나 카비는 단순한 나열로 일관한다. 순간적으로는 우스운데, 조금 지나면 썰렁하다. 다나 카비가 슈퍼 스타가 되지 못하는 이유를, <마스터 오브 디스가이지>를 보면 느낄 수 있다.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