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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적 마초영화,<스웹트 어웨이>
문석 2003-02-18

■ Story

앰버(마돈나)는 남편, 그리고 두쌍의 부부와 함께 지중해를 가로질러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가는 여행길에 오른다. 잘 나가는 아버지, 부자 남편을 둔 그녀는 여행 내내 까탈스럽게 굴며 속물근성을 드러낸다. 특히 그녀의 변덕스럽고 성마른 요구를 다 받아들여야 하는 선원 페페(아드리아노 지아니니)는 분노심마저 품는다. 어느 날 페페는 앰버의 요구대로 고무보트로 동굴여행을 간다. 하지만 갑작스런 엔진 고장과 폭풍우로 보트는 무인도에 다다르고, 둘의 관계는 역전된다.

■ Review

영화의 원작인 리나 베르트뮬러 감독의 1974년작 <귀부인과 승무원>은 당시 이탈리아 상황을 반영하는 정치 조크와 반페미니즘적 성향, 역전된 계급관계 등을 담고 있어 커다란 논쟁을 몰고 온 영화다. 좌파에 대해 싸늘한 시각을 품고 있는 귀부인과 가진 자들에 대한 반감을 가진 선원이 외딴섬에 표류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이 영화는 블랙코미디와 멜로드라마를 무정부주의적으로 뒤섞어놓은 묘한 영화였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스내치>를 만든 가이 리치의 <스웹트 어웨이>는 얼핏 원작과 비슷해 보인다. 배 위에선 돈 많은 앰버에게 굽실거려야 했던 페페는 무인도에 다다르자마자 태도를 확 바꾼다.

이곳에선 자본주의적 힘의 표상인 화폐나 신용카드가 통하지 않는 대신, 스스로 먹고 사는 능력이 권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고기를 잡을 줄 알고 육체적 힘이 센 페페는 먹을 것을 돈으로 사겠다는 앰버에게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있다”며 빨래를 시키거나 장작을 마련하게 하면서 복종을 강요한다. 스스로를 ‘진짜 사나이’라고 생각하는 페페는 앰버에 대한 구타도 서슴지 않는다.

이 ‘계급적 복수’에 관한 이야기는 페페가 “너를 증오하지만 좋아했다”며 앰버를 강간하려 하고, 얼마 뒤 앰버가 페페를 사랑하게 되면서 멜로드라마로 급작스레 선로를 바꿔 탄다. 이 부분은 원작과 리메이크판의 방향이 갈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어이없을 정도의 급선회가 <귀부인과 승무원>에선 계급과 폭력, 그리고 사랑을 뒤섞는 베르트뮬러의 의도적 도발성을 보여준다면, <스웹트 어웨이>에선 그저 ‘진정한 사랑’이라는 통속적인 결말을 향한 괴이한 연결고리 역할만을 할 뿐이다. 결국 남는 것은 ‘신분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우스꽝스러운 결론뿐이다.

결말에서 신파극을 보게 되는 것은 예정된 수순. 원작이 불러일으킨 웃음과 풍자, 논쟁의 핵심에 자본주의 계급사회에 대한 지독한 냉소가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거나 무시하고 껍데기만 취한 이 영화는 안티 오스카상인 래지상에서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한 가지 흥미요소는 페페 역의 아드리아노 지아니니가 <귀부인과 승무원>에서 승무원 역할을 한 지안카를로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문석 ssoo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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